중국 진(晉)나라의 도연명(陶淵明)은 어떤 길 잃은 어부가, 도림(桃林)에서 한 피난민의 자손이 세상의 변천을 모르는 채 유복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선경(仙境)을 보았다는 가상(假想)의 고사(故事)를 지었다. 이 책 무릉도원의 줄거리는 진나라 태원 중에 무릉 사람이 고기 잡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는데 시내를 따라 가다가 길을 잃어 버렸다. 홀연히 복숭아 숲을 지나 구멍이 아주 좁은 동굴로 들어가니 이국풍의 옷을 입고 농사짓고 기름도 바르지 않고 장식도 없는 머리를 하고 한결같이 기쁨과 즐거움에 넘치는 모습들이었다. 어부를 보았더니 크게 놀라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질문에 모두 답했더니 집으로 돌아가 술을 내고 닭을 잡아 음식을 주었다. 낯선 사람이 왔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돌아 모두들 찾아와 이것저것 물었다. 스스로 말하기를 “옛적 선조들이 진(秦)나라 때의 난리를 피해 처자와 마을사람들을 이끌고 이 절경에 왔는데, 그 이후 다시 밖으로 나가지 않아 외부와 격절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들이 묻기를 “지금이 대체 어느 시대냐” 하니, 진(秦) 이후, 한(漢)이 선 것도, 한(漢) 이후, 위진(魏晉)시대가 온 것도 알지 못했다. 이들 어부가 들은 바 대로 일일이 말해주자 모두들 놀라며 탄식했다. 다른 사람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그를 집으로 초대해 술과 음식을 내었다. 그렇게 며칠을 머문 후, 어부는 이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말하기를 “바깥 세상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어부는 동굴을 나와서 다시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함양읍 해니(日你)마을의 의미는 밝은 해(日)요, 앞의 밭은 달밭이라 부른다. 요즘 고속도로가 해와 달을 나누고 있다. 밝은 해가 떠야 함양읍이 환할 것이다. 이 동네는 30여 가구가 살지만 선경(仙境,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가상의 선경(仙境). 중국 후난 성의 한 어부가 발견하였다는, 복숭아꽃이 만발한 낙원이다)의 마을과 비슷하다.
6.25사변 때에는 대밭 밑 굴을 파서 피신해 마을을 지켰다. 어린 나도 집에 키우는 개와 같이 굴에서 피신했다고 들었다. 옛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사니 땅 거래도 없어 땅값도 잘 모른다. 함양읍에서 볼 때 아주 싼 지역으로 분류 하고 있다. 사람들은 온순하고 순박하여 유동인구도 없다. 군수가 효자상을 어버이날 내리기도 했다. 이 마을 사람은 돈이 없어도 벌려고 하지 않아 사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
해니마을의 산세(山勢)를 보자. 백두대간 따라 천왕봉 백운산을 거처 오는 산줄기가 선명하게 내려왔다. 마을에 와서는 소가 누운 형상(臥牛形)이다. 머리와 중간다리, 뒷다리, 꼬리가 확실히 나타나 있다. 소의 배 쪽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풍수지리가들은 “백운산에서 뚜렷한 줄기로 내려와 끝 자락에 누운 소 배 앞에 마을이 형성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형국”이라고 평하고 있다.
함양에서 진고갯길을 넘어오면 바로 보이는 화살받이 지역을 포크레인 3대로 흙을 파서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흙이 없어졌다. 멸실하는 땅이 누운 소의 머리 부분이다. 머리가 없어지고 있다. 아! 마을의 위기다. 형질변경을 몇 달째 하고 있다. 모두들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다.
멸실한 땅의 형성과정을 보면 처음 광산노씨 종산이다. 후손들이 함양군에 기부체납을 했다가 군에서 불하를 주어 개인 소유로 그 중 양잠조합이 뽕나무를 심기 위해 많은 땅을 구입했다가 다시 개인 사유지가 됐다. 밭의 경사도가 심해 관리가 어렵다. 흙 팔고 땅 파는 영리를 위해 마을의 안위는 나몰라 하니 무서운 발상이다. 많은 돈을 들여 비탈을 파고 묻혀있는 바위도 깨트려 파내고 형질을 변경하고 있다. 이 알짜배기 금 바위가 마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옛 문헌에 땅의 귀함은 평평하고 편안한 곳에 있고(地貴平夷), 흙의 귀함은 지(支, 支脈)에 있다(土貴有支). 좌측은 청룡을 삼고(以左爲靑龍), 우측은 백호를 삼는다(右爲白虎). 청룡은 굽어 감싸 안아 주어 완연하고(靑龍馴) 백호는 길들어져 순한 듯 머리를 숙여야 한다(白虎馴). 그러므로 백호가 두르고 있는 것은(故虎繞) 사람을 물어뜯기 위한 것이고(謂之啣人) 청룡이 웅크리고 있으면(龍踞) 주인을 시기함(謂之嫉主)이다. 무릇 외기(夫外氣所)는 내기를 모이게(以聚內氣)한다. 뿔과 눈에 해당되는 곳은 멸망(角目滅亡)하며 입술에 해당되는 곳은 죽거나 전쟁에 나가 다칠 것이다(脣死兵傷)라고 했다. 옛 성인들이 글로 남겼지만 검증은 할 수 없다.
그리하여 30여 가구 사는 해니마을에 인물을 알아보자. 좌청룡, 우백호의 덕을 보는 지역에는 구청장, 행정안전부 사무관, 문공부 사무관, 군대장교, 경찰관, 학교선생, 향교전교, 은행상무, 신문기자, 전기1급 기술사, 일간과 풍수지리가등 다양한 직업의 종사자가 배출되었다. 덕을 보지 않은 곳은 벼슬하고 멀지만 돈에 집착하고 있다. 슬프다. 누운 소(臥牛) 한시 한 수를 읊어본다. 와우백암부무언(臥牛白巖負無言)/근면동민각포문(勤勉洞民覺飽門)작견수휴하유출(昨見首虧何有出)/일금냉냉구정혼(日今冷冷舊情昏)소야! 누워 백암산을 지고 말이 없느냐/동민을 근면하게 문을 열어 깨달아 포식시키고/어제보니 머리가 이지러져 어디에 나가 있느냐/오늘 날도 냉냉하고 옛 정도 혼미해 지는구나이 시의 누운소가 사라지고 있다, 해니마을 선인들께서 꿋꿋이 지켜온 흙이다. 그런데 예부터 지켜온 이 땅을 파헤치지 “밖의 기운을 없애면 안의 기운도 흩어지기 마련이다(消外氣所, 以散內氣)”아! 가슴 아프다. 복스러운 흙이 사라지니 형질변경 되어 파서 없앤 흙 하루 속히 원상복구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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