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싱가폴 시내를 구경 나갔습니다. 1820년대 영국식민지정책 후 남인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조성한 리틀 인디아라는 지역에 있는 하지레인, 100m 남짓의 워낙 짧은 길이기 때문에 그냥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골목이었습니다. 그 곳에 있는 아기자기한 숍들을 구경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습니다. 딸이 싱가폴에 살고 있어서 좋았던 점은 책에 나오지도 않은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레인에서 무스타파라는 아랍계 마트까지 걸어 갔습니다. 숙박하고 있는 호텔이 요리도 할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식비를 아끼려고 하루에 한 번만 밖에서 먹고 되도록이면 호텔에서 해먹으려 했기 때문에 식재료를 사야 했습니다.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경비원 옷차림의 아저씨가 뭐라고 하면서 가까이 왔습니다. 뭔가 긴장됐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가방을 열지 못하게 케이블타이로 묶었습니다. 안전의 나라 싱가폴에서 왜 그렇지? 라고 생각했지만 딸에게 물어보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그랬답니다. 안으로 들어가 물건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본적이 없는 과일과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과일이어도 그 종류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귤만 해도 20가지가 넘었습니다. 바나나는 옷걸이 같은 것에 위에서 아래까지 걸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나라가 다르니까 방식도 달랐습니다. 마트 안에는 향신료 냄새인지 아랍을 느낄 수 있는 우리한테는 낯선 냄새로 충만했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포도, 귤, 파인애플, 망고, 맛있다고 유명한 (코코넛으로 만든) 카야 잼을 샀습니다. 마트를 나가려고 출구까지 가니까 또 그 아저씨가 와서 케이블타이를 빼주셨습니다. 독특한 냄새에서 해방됐더니 배에서 이제 점심시간이라는 사인이 울려왔습니다. 딸이 자주 가서 먹었다는 중식 집으로 갔는데 딱 그날이 쉬는 날이었습니다. 그럼 어디로 갈까 두리번거렸더니 가까운 곳에 호커센터가 있었습니다. 호커센터는 한국의 푸드코트와 같은 많은 식당이 들어서 있는 곳인데 보통 중국식 메뉴가 많습니다. 우리가 갔던 호커센터는 그렇게 큰 곳이 아니었고 여행자보다 현지인이 많은 곳이었고 30여개에 가까운 가게가 있었습니다. 먹고 싶은 요리를 선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 처음으로 보는 요리였기 때문에 맛있는지 맛없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싱가폴까지 왔는데 꼭 맛있는 것을 먹어야겠다는 이상한 사명감에 하나를 정하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각자 다른 가게에서 계산하고 한자리에 가져와서 먹었지만 막내가 시킨 음식이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호커센터에서는 잘 선택하면 진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그 반대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후식은 마트에서 샀던 과일을 먹자고 일단 호텔에 가기로 했습니다. 가면서 또 몇 가지 사야 될 것이 있다고 딸 2명은 호텔 가까운 곳에 있는 돈돈돈키 라는 일본제품대형마트에 갔고 저는 막내랑 바로 호텔에 왔습니다. 딸들은 돌아온 후 호텔에 있는 수영장에 갔고 저는 저녁준비를 하기위해 딸들이 다녀왔던 돈돈돈키 마트에 혼자 가보기로 했습니다. 걱정도 되었지만 여행의 재미는 뭔가 도전해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보니까 일본과자가 많이 있었습니다. 설마 싱가폴에 와서 일본제품대형마트에 온다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또 한가지 대단한 것은 일본에 있는 큰 마트보다 더 종류가 많은 것 같았고 고향에 갔을 때 못 봤던 추억의 과자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곳곳을 둘러봐도 과자 이외에 식품이 없었습니다. 저녁 재료를 사러 왔다가 길을 잃은 강아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같은 데를 아마 3,4번 돌았을 겁니다. 포기할까 했을 때 어디에서 들려오는 한국어 소리를 따라갔습니다. 그 한국어의 주인을 찾아갔더니 쇼핑하러 왔던 엄마와 딸이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제가 사정을 말하고 야채는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니까 친절하게 가르쳐주시고 덕분에 저녁 재료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수는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계산하려고 긴 줄에서 기다렸다가 겨우 계산대 앞에 와서 돈을 내니까 여기는 카드밖에 못쓴다고 옆에 가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아주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멈추고 있었더니 다음에는 옆에 가라고 하셨다가 계산을 해주셨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덕분에 호텔에 가서 식사준비를 하는데 고생했지만 뭔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저녁자리가 됐습니다. 저녁자리에서는 딸들이 수영장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이야기는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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