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은 곶감으로 말리기가 정말 어렵다. 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시중에 대봉감으로 만든 곶감은 만나기 어렵다. 현재 대봉감으로 말려서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반건시 정도다. 반건시도 잘만 만들면 달콤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많이 사랑받고 있는데, 특히 어린 아이나 나이 드셔서 이빨이 안 좋으신 어르신들에게는 반건시가 선호되고 있다. 그리고 기호에 따라 곶감보다 반건시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내가 만드는 곶감의 반은 대봉곶감이고 나머지 반은 지리산지역 특산물인 고종시 곶감이다. 이미 말했듯이 대봉감은 곶감 말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도 곶감농사 초창기 때는 고종시만 깎았다. 그러다 십년 전부터 대봉감도 잘만하면 곶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매년 시험생산을 해보았다. 첫해엔 버린다 생각하고 두 상자, 둘째 해엔 배운다 생각하고 열 상자, 그 다음 해엔 투자한다 생각하고 서른 상자... 이렇게 매년 양을 늘려가며 대봉곶감 말리는 노하우를 보석 캐듯 캐어냈는데 역시나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4년 전에는 자신이 생겨 의욕적으로 대봉곶감 왕특 사이즈를 많이 깎아 덕장 한 켠에 가득 매달았는데 감을 매단 굵은 대나무들이 큰 대봉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와장창 부러지는 바람에 잘 말라가던 대봉곶감이 와르르 쏟아지는 대참사(?)를 겪었다. 커다란 대봉감이 쏟아지는데 너무 황당해서 입이 딱 벌어지고 화도 나지 않았다. 쓰나미가 따로 없었다. 그 다음해엔 대봉감을 깎지 않았다. 하지만 한 해 쉬었다가 나는 구겨진 용기를 펴고 다시 도전했고 여전히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으며 노하우를 조금씩 축적해서 지난해부터는 생산량의 절반을 대봉감으로 채우고 있다. 최근 2년은 대봉곶감 반응이 너무 좋아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은 싹 잊어버렸다. 대봉 곶감을 먹은 사람은 두 번 놀라는데, 크기에 한 번 놀라고 맛에 또 한 번 놀란다고 한다. 대봉곶감은 말리기도 쉽지 않지만 감의 자연스런 때깔을 유지하기가 정말 어렵다. 더군다나 나는 곶감 말리는 방식에 있어 나만의 원칙과 고집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한 해는 때깔 유지가 어려워 아예 대봉은 흑곶감으로 만들어볼까 하고 시도했다가 망한 적도 있다. 흑곶감도 때깔이 자연스럽게 나와야하는데 이게 때깔이 붉고 고운 곶감 만드는 것처럼 만만치가 않았다. 어쨌든 지금도 대봉 곶감 말리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힘이 들지만 올해도 선물용으로 담을만한 때깔과 맛이 좋은 대봉곶감이 만들어졌다. 때깔이 다 좋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거믓하고 와인색이 비치는 것들은 분을 살짝 내어 가정용 곶감으로 저렴하게 내고 있다. 곶감이 제철인 요즘 나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고종시와 대봉 중 어떤 게 더 맛있어요?” 나는 이 두 종류의 곶감을 매일 먹고 있지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스럽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그게 궁금하다. 만약 내가 선물로 곶감을 받는다면 어떤 걸 받고 싶을까? 고종시와 대봉 중 숙성이 가장 잘 된 것끼리 당도를 측정하여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곶감은 기호식품이라 사람에 따라 주관적인 평가는 다르게 마련이니, 일단 두 종류를 먹어보고 판단하라고 권한다. 어떤 사람은 “나는 고종시가 훨씬 더 맛있어요~”하고, 또 어떤 사람은 “대봉곶감 먹으니 눈이 번쩍 뜨이드라~”며 친지들에게 대봉곶감을 선물로 돌린다.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모란 매니아가 있는데, 나에게 장미가 예쁜지 모란이 예쁜지 물으면 대답하기가 참 거시기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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