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저물고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돼지의 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고기가 삼겹살이고, 돼지 꿈을 꾸면 복권을 사고, 사업의 시작을 알릴 때 환하게 웃는 돼지얼굴이 꼭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돼지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돼지는 재물과 행운을 상징하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부정적인 면이 많다. ‘쩝쩝’거리며 먹는 모습에 식탐이 많고, 진흙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는 모습에 게으르고 지저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방을 보고 우리는 마치 ‘돼지 우리 같다’라는 말을 한다.
갇힌 우리 안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돼지는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싼다. 그러나 조금만 관찰하면 돼지가 굉장히 깨끗한 동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돼지는 작은 우리 속에서도 잠자는 곳과 똥을 누는 곳을 구분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진흙에 뒹구는 것도 벌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행동이니 제법 똑똑한 녀석이다.
동네잔치가 있을 때도 축하음식에 돼지는 빠질 수 없는 품목이었으며, 조상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제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우리 고장에는 사적 제 499호인 남계서원이 있다. 봄과 가을에 제례의식이 있는데 사당에 올리는 제물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돼지이다. 우선 도축된 돼지를 통째로 성생단에 올려 제관들이 제물에 흠결이 있는지 살피는 의식을 치른다. 그런 후 머리와 앞다리까지 몸통 반을 잘라 일두 정여창 선생께 올리고 뒷다리는 각각 하나씩 개암 강익선생과 동계 정온 선생께 올린다. 이때 고기는 익히지 않고 생고기를 올린다. 예의 근본정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예기(禮記)’에 ‘지극히 공경하는 제사는 맛으로 지내는 것이 아니고 기와 냄새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에 가축의 피와 생육을 올린다’ 고 나와있다. 그래서 남계서원이나 함양향교에서는 생고기를 올린다.
비싸고 농사일을 대신 했던 소를 대신해 번식력이 좋았던 돼지는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늘려주는 살림밑천이었다. 고된 노동 후 연탄불에 구운 돼지고기 한 점과 소주 한잔은 내일을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주었으며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코리안 바비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새해가 밝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높은 실업률에 따른 고용절벽, 점점 벌어지는 소득의 양극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등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고 모두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발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
올해는 돼지해 중에서 황금돼지해라 한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큰 행운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메마르고 팍팍한 서민들의 삶에도 저마다 가진 계획과 목표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황금돼지의 작은 행운이 깃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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