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곶감 첫 출하하고 오늘 짤막한 배송안내 문자를 보냈다.“곶감 곧감” 보통은 ‘지리산농부가 오늘 무슨무슨 택배로 곶감을 발송하였으니 맛있게 드시오’ 하고 보내는데 올 첫 배송안내는 장난끼가 다분하다. 대부분 곶감 출시를 고대하던 고객들에게 보내는 거라 크게 결례가 되지는 않을 걸로 판단하고 사자성어 같은(아닌) 배송안내 문자를 보낸 것이다. 어째보면 이건 올해 말린 햇 곶감을 첫 출하하고 살짝 긴장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던지는 농담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사실 곶감을 깎아 매달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는데 막상 출하를 시작하니 애써 키운 딸 아이 시집보내는 부모처럼 조마조마해진다. 이 아이가 사랑받아야 할 텐데... 혹 미움 받으면 어쩌나... 건강하고 바르게 잘 키우려고 애를 썼지만 아이는 부모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풍상을 겪고 자라기 마련이라 자식 가진 부모가 죄인이 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도 이틀째 배송 나갈 거 포장해 놓았는데 택배가 빵구를 내어버렸다. 포장을 해놓고 평소 하던대로 택배 기사에게 준비되었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밤늦게까지 픽업하러 오지 않아 확인 해보니 문자를 못 봤다고 한다. 사정이 이래되었으니 내일은 고객에게 “곶감 늦게 감”이라는 문자라도 보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곶감 첫 발송하고 조마조마하던 오늘 점심도 되지 않아 어제 발송한 곶감을 받았다는 고객이 전화를 하는 바람에 가슴이 철렁했다. 받자마자 전화를 한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되어 전화를 했나 싶어 마음을 졸이던 참이었다. 다행히 곶감이 너무 맛나다는 전화다. 친구가 선물로 보내주어 받았는데 넘 맛있어 자기도 보내준 사람에게 보내고 싶다는 거다. 마침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상황을 짐작한 아내가 “결국 각자 자기 돈 주고 사 먹는 거네” 해서 하하호호 웃었다. 내내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안정이 되고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선물을 해준 페친도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는 “그 친구 앉은 자리에는 풀도 안 나겠다”는 댓글을 올려 나는 또 한 번 활짝 웃었다.(앉은 자리에 풀이 안 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사실 잘은 모르지만 문맥상 우스운 멘트임에 틀림없다.) 매주 보내는 주간함양 지리산농부의 귀농이야기 칼럼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요즘 매일 곶감 포장 작업에 요일 바뀌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고 이번 주는 마감을 하루 일찍 한다고 하니 원고를 지금 당장 써야한다. 3년간 매주 귀농이야기를 쓰다보니 시골 생활이 뻔 거라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다. 이번 주에는 무슨 이야기를 쓸까 고민을 해보는데 생각하면 생각이 더 안 나는 법이다. 소제가 떠오르지 않아 일단 한 줄을 적어보았다. “곶감 농사로 연중 가장 바쁜 이 시기에 펜션 수리를 하고 도배도 깔끔하게 새로 했다”그런데 머리 속에 온통 곶감만 들어있는지 그 다음 그래서 그게 어땠다는 이어지는 글이 나타나지 않아 일단 컵라면에 소주를 한잔 했다.(이 술은 감박피기 청소할 때 쓰려고 사두었던 건데 집에 있는 유일한 술이다. 컵라면 반주(?)로 그리고 올해 곶감 농사의 작은 승리를 축하하며 부드럽게 한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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