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가 그의 수제자와 함께 큰 숲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크고 아름다운 떡갈나무를 보았을 때 목수가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이 나무가 이렇게 거대할 정도로 크고 아름다워졌는지 알고 있느냐?” 갑작스런 질문에 제자는 당황하면서 잠시 생각하고서는 스승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모르겠는데요, 왜 그렇습니까?”그러자 목수는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떡갈나무는 유용하게 쓸 재목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이 나무가 만일 쓸모가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베어져서 탁자나 의자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떡갈나무는 아무 쓸모가 없었기에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서 이제는 사람들이 나무의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고마운 나무가 된 것이란다”
세상에는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논에 벼나 밭의 작물, 갖가지 과실나무의 열매들이 그렇습니다. 오늘 심고 내일 당장 거둘 수 있는 열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농부가 논과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땀을 흘리지만 추수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수확물을 거둘 수 없습니다. 당장 보기에는 가치 없고 보잘 것 없으며 쓸모없이 보여도 인내하며 기다리다 보면 쓸모 있을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래서 옛 우리 조상들은 타나 남은 부지깽이도 버리지 않고 놔두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올 한해 여러 가지 밭작물을 가꾸었습니다. 양파, 감자, 고구마, 고추, 참깨, 들깨 그리고 배추와 무까지를 나름대로 애쓰고 힘써 농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는 애초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여 다소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한 해를 보내면서 새해를 소망 가운데 기다려봅니다. 기다림은 곧 소망을 품는 것이요 기다림은 꿈을 꾸는 것입니다. 기다림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요 새롭게 기대감을 품고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믿음이 없으면 기다릴 수 없습니다. 희망을 품지 않으면 기다리지 못합니다. 지난 것에 대한 추억과 감상에만 젖어있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내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분명히 내일은 오늘과 다른 날입니다. 우리에게 다른 날이 있다는 사실이 희망입니다. 그러나 내일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모판에 있는 작은 모종이 보잘것없이 보여도 그것이 자라면 농부를 기쁘게 해주는 훌륭한 수확물이 되는 것입니다. 모판의 모종을 모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다 자란 수확물을 떠올리며 설렘을 가지십시다. 기다림은 우리에게 활기와 용기, 희망을 주는 멋지고 아름다운 에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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