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신뢰를 팔아야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고 유지하는 것은 농사짓는 일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명품 함양곶감을 생산·판매하는 곰실곶감영농조합법인 박효기(49) 대표는 상품을 파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명품 함양곶감을 생산하는 함양의 대표적인 곶감 대농가로 꼽히지만 그가 곶감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 17년 전, 장날 곶감을 팔러 나왔다가 헛걸음하고 돌아가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보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어르신들의 곶감을 좀 팔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일찍이 지역구 조직부장을 맡아 정당 활동을 했던 터라 나이에 비해 마당발로 통했던 그에게는 곶감을 파는 일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계인사들이나 출향 선후배 등 인맥을 이용한 곶감 팔아주기를 시작했다. 곶감의 품질이 좋다 보니 곶감을 구입한 지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박 부장에게 부탁하면 곶감을 팔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판로를 찾지 못해 애를 먹던 생산농가들의 의뢰가 줄을 이었다. 본의 아니게 곶감 유통업이 생업이 됐다. 박 대표는 그렇게 2년 동안 곶감 유통업을 이어갔다. 곶감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직접 생산해봐야 생산농가의 애로사항도 알 수 있고 품질에 대해 더 자신 있게 판촉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직접 감농사를 지어 곶감을 생산하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논밭에 감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고향인 곰실(함양읍 웅곡)과 유림, 지곡 등 3곳에 몇 년에 걸쳐 감 과수원 8000여평을 조성했다. 5000평은 곶감원료감인 함양고종시를 심었고 나머지 3000평은 단감을 심었다. 2009년 보다 체계적이고 고품질의 명품곶감 생산을 위해 ‘곰실곶감’이라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시설비 보조 등 지원사업을 통해 1500평의 부지에 새로운 덕장시설과 보관창고, 냉동고, 선별기 등을 갖췄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도 안정적으로 곶감을 생산할 수 있는 최신 설비까지 완비했다. 박 대표는 “지리산과 덕유산이 품은 천혜의 자연환경은 명품 곶감을 만드는 최적의 장소로 손색이 없다”며 “맑고 시원한 바람과 높은 일교차 등은 함양곶감을 명품으로 만드는 일등공신이다“고 했다. 곰실곶감영농조합에서 생산하는 곶감은 한해 40동이다. 40동이면 대체 얼마나 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40동을 낱개로 치면 무려 40만개다. 여기에다 10톤은 감말랭이로 생산한다. 원료감 140톤 즉, 23㎏들이 박스 6000여개의 양이라고 하니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곰실곶감영농조합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곶감에다 이웃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하는 곶감까지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판매를 대신하기도 한다. 17년 동안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한기 지역 주민들에게는 부업거리를 톡톡히 제공한다. 10월말부터 곶감을 깎고 출하할 때까지 50~60일 가량 소요되는데 이 기간 투입되는 인부들의 인건비만 1억3000만원이다. 박효기 대표는 지난해부터 함양군내 700여 곶감영농조합으로 구성된 함양군곶감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아 회원들의 권익향상과 함양곶감을 홍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함양고종시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고종황제에게 진상했던 명품곶감으로 전국 어느 곳에서 생산되는 곶감 못지않게 품질이 우수한 명품 중의 명품이다”면서 “우리 함양곶감이 예전에 비해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품질이나 맛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박 대표는 “올해는 함양곶감축제가 상림공원에서 3일 동안(1월11~13일) 열리고 5회째를 맞는 서울 청계광장 판매행사도 1월말에 준비하고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행사장을 찾아 함양곶감의 맛에 흠뻑 빠져 보셨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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