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연탄불에 구워야 제맛이지. 우리집은 1년 열두달 연탄불이 꺼지지 않는다.” 함양읍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가장 오랜기간 식당을 운영하는 칠성식당 박성자(69)씨는 38년 동안 ‘연탄불 맛’을 전하고 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만 35년 붙박이다. 사업을 하던 남편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는 바람에 부산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인 함양으로 돌아왔다. 몸이 불편한 남편과 어린 두 아들까지 네 식구가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여자는 음식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친정어머니는 음식 만드는 것을 가르쳐주셨다고 한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손맛이 남다르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솜씨로 식당을 개업하기로 결심했다. 난생처음 식당을 연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30대 초반 나이에 함양교육청 앞에서 식당을 열었다. 삼겹살과 불고기, 양념갈비, 육개장, 된장찌개가 주 메뉴였다. 위치 탓인지 생각보다 매출은 시원찮았다. 개업한지 3년 정도 됐을 무렵 유동인구가 많은 지금의 터미널로 식당을 옮겼다. 연탄불로 굽는 고기맛에 이끌려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터미널 이용객들이 주로 찾았으나 그녀의 손맛이 알려지면서 단골들도 점점 늘어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는 함양의 맛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래서 서울이나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 찾는 칠성식당 마니아도 많다고 한다. 그녀는 “터미널 근처에는 뜨내기손님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하지만 우리집은 대부분 단골손님이다”며 연탄불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단골손님들 때문이라고 했다. 연탄불을 관리하는 것도, 연탄재를 치우는 일도 만만찮아 잠시 연탄대신 가스시설로 교체한 적도 있다. 그러나 연탄불 맛이 사라져 칠성식당 고유의 맛을 잃었다는 단골손님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돈 들여 설치한 가스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연탄화덕을 들여놓았다. “식당도 장인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박성자씨는 반찬에서 고기까지 모든 식자재를 손수 사고 장만해 집밥처럼 차려야 직성이 풀린단다. 칠성식당의 메뉴는 삼겹살과 고추장불고기가 전부다. 돼지고기는 38년 동안 같은 집에서 최상품인 지리산흑돼지만을 공급받는다. 고기질이 좋아 다른 고기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함양흑돼지만을 사용한다. 고소한 맛과 적당한 육즙이 일품인 지리산흑돼지와 연탄불 맛이 더해지면 환상궁합이 따로 없다. 거기에다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낸 통무김치, 백김치 등 김치류와 깻잎장아찌, 단풍콩잎 장아찌 등 7가지 밑반찬을 곁들이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그녀는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음식에 정성을 다한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마늘이나 고추 등 양념류도 주변에서 농사짓는 분들을 통해 구입하고 손수 장만한다고 한다. 모든 식자재는 국내산만을 사용한다. 쌀, 무, 배추, 고추, 돼지고기 등 함양산이 대부분이다. 된장 역시 직접 만들어 된장찌개도 깊은 맛을 더한다. 따뜻한 밥을 그때그때 지어 손님에게 내놓는 것도 칠성식당의 특징이다. 굳이 맛의 비법을 묻지 않아도 칠성식당이 38년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고생한 일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는 그는 “두 아들이 잘 성장해 가정을 이루고 네명의 손자까지 얻었으니 그게 보람이다”고 했다. 박성자씨는 “아무리 귀찮고 번거로워도 연탄불이 없는 칠성식당은 있을 수 없다”며 “연탄불은 우리집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고 했다. 칠성식당의 연탄불 맛이 오래오래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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