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문화이모작사업으로 “쪼매 몬 기리면 어때. 처음 그리는 기라 겁나기 애러브. 하하하.” 12월3일 오전 함양군 백전면 구산마을회관에서는 ‘2018년 귀농하기 좋은 마을 주민화합행사’와 함께 이색 전시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구산재궁마을 할매들이 직접 그린 손그림 달력 전시회’다. 이 마을 할매들이 지난 4개월 동안 그린 40여장의 손 그림이 간간히 내리는 겨울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회관 옆 쉼터 빨랫줄 전시대에서 춤추고 있다. ‘나의 얼굴’을 비롯한 40여점의 그림들은 세월의 깊이를 더한 할매들의 손끝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개구리 같은 소도 있고, 곶감이 열린 감나무도 있다. 길 가장자리에는 추수한 벼가 가을 햇살을 받으며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다. 마을 전경을 그린 부산댁 권혁희 어머니의 ‘여가~ 부머리마을’이라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실력이 전문가 못지않다는 주민들의 찬사가 이어졌는데 함양군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개설한 그림그리기 강좌를 수강했다는 후문이다. 그림 제목들도 재치 만점이다. 안동댁 한형순 어머니는 ‘영감! 감따야지예~’ 순천댁 한금연 어머니는 ‘햇빛 조-타! 나락 잘 마른다 그쟈’ 서울댁 임순옥 어머니는 ‘곶감덕장이 나를 일하러 오라하네’ 등 친근하면서도 기발한 제목으로 그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날 전시된 그림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문화이모작’ 사업의 결과물이다. 2년전 구산마을로 귀농한 정해길씨가 동네어르신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문체부 공모 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구산마을 문화이모작사업은 지난 8월 11명의 어르신들로 시작됐지만 점점 참여자들이 늘어나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모두 28명의 주민들이 동참했다. 최고령 참여자는 임돌치(94) 할머니다. 임돌치 할머니뿐만 아니라 이번 문화이모작사업에 참여한 상당수 어르신들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 본 것이 난생 처음이었다고 한다. 할매들의 그림은 2019년도 달력으로 제작 중이다. 할매들의 손그림으로 제작되는 달력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생일도 한분 한분 모두 표시 했다. 제작한 달력은 마을 사람들과 도회지 생활을 하는 자녀들에게도 보낼 예정이다. 문화이모작사업에 참여했던 할매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구산마을 달력이 하루 빨리 나오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다. 마을 사무장으로 통하는 정해길씨는 “평생 농사일에 매달려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에게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면서 “다행히 올해 문체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마을 어르신들이 문화이모작사업에 첫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들이 너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사업을 발굴해 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영태(62) 이장은 “구산마을과 재궁마을은 떨어져 있지만 한마을이다”며 “농지가 많아 예부터 부자가 많았던 마을로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마을이다”고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다. 정 이장은 “구산마을 옛 이름은 부머리마을인데 ‘부머리’는 부(富)의 머리라는 뜻”이라며 “얼마나 부자들이 많았으며 부머리라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기 좋은 구산마을로 많은 사람들이 귀농 귀촌해 마을에 더욱 활기가 넘쳤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요교실 선생님이 방문해 흥겨움을 더했고 마을에서 준비한 음식과 음료를 나누며 이웃 간의 정과 화합을 다졌다. 구산마을은 재궁마을을 포함해 현재 42가구에 60명이 살고 있다. 귀농 귀촌한 가구는 8가구로 이웃사촌처럼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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