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을 자동화 설비로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제과 회사에서 쿠키 만들 듯 자동화된 설비로 곶감을 생산해내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감 선별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로봇이 해내는 곶감 자동화 설비는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환상이었다.
생산 관리자는 곶감을 잘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아 이따금 스맛폰으로 셀카놀이를 하는 앳된 숙녀 한명 밖에 없었다.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곶감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설비회사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전 공정을 견학하는 나는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찰리와 초콜릿공장’ 에 나오는 찰리가 되어 곶감자동화 설비를 공정별로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농장에서 로봇이 수확한 감을 트럭으로 싣고 오면 무거운 감 박스를 하나씩 손으로 들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게차로 한 블록씩 하차를 한다. (나처럼 감 박스 많이 들고 허리 아프다고 매년 이맘 때 침 맞으러 갈 일이 없다.) 내린 감은 바로 선별기에 넣고 크기별로 분류가 되어 나온다. 곶감은 크기에 따라 마르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지니 건조 숙성 후숙 포장까지 모든 공정에서 일손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크기별로 분류가 된 감은 로봇 손이 감을 감 박피기에 공급한다. 그러면 박피기의 칼날이 작동되어 감을 피하나 없이 깔끔하게 깎아준다. (우리 집에서 매년 감박피기로 감을 깎아주는 자리댁이 올해 방년 78세라 내년에도 곶감을 깎을 수 있을지 만일 내년에는 못하게 되면 누구에게 맡겨야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곶감을 만드는 농부는 보통 하늘과 동업 한다고 하는데 날씨에 따라 곶감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최신 설비는 하늘의 도움 없이도 양질의 곶감이 만들어지도록 되어있다. 곶감 건조실의 온도 습도는 하늘이 아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앳띤 아가씨의 손가락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겨울이 겨울답지 않고 따뜻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비가 닷새 내려도 사흘 안개 자욱한 날씨가 이어져도 상관이 없다.
근데 곶감자동화 설비 대표가 나한테 멋진 제안을 했고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공지능 첨단설비를 개발하였는데 너무 고가라 아무도 구입할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조건부로 기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조건은 이 설비를 이용하여 최고의 명품 곶감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나는 십년 곶감농사에 허리가 아파 생각이 많았다. 근데 허리 걱정없이 사명감으로 곶감을 만들 수 있게 되어 나는 “좋아요~”하고 큰소리로 수락을 했는데, 아내가 “좋기는 뭐가 좋아~”하며 코를 비트는 바람에 깨몽. (곶감 후숙 시기에 비가 사흘 내리니 동업자를 원망하다 산사춘 한잔하고 잠이 들었나보다.)
달콤한 꿈 이야기는 그만하고 곶감이 왜 곧감 않느냐고 묻는 고객들께 말씀드린다. 시월 말부터 시작한 곶감 작업이 이제 끝이 보인다. 먼저 깎은 고종시는 하우스에서 마지막 후숙 중이고 앞으로 일주일이면 분이 살짝 나며 감칠맛이 날 것이다. 곶감 곧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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