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흰눈으로 주변이 온통 은세계다. 집마당에 홀로 솟은 늙은 한그루의 감나무가 있고, 그 꼭대기에는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서너개의 새빨간 까치밥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탐스럽다. 굴뚝연기와 어미에게 젖달라며 짖어대는 새끼 강아지의 어리광 말고는 이곳이 사람사는 곳이라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다.
이처럼 외진 마을에 몇해 전 귀농한 부부가 살고 있다. 처음엔 시골생활이 힘들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인정과 협조로 지금은 제법 초보 농사꾼으로 정착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조합장선거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하루는 잠자기 전 이 귀농부부의 아내가 “내년 2019. 3. 13. 이면 조합장선거가 있네요. 저번 조합장선거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부끄러운 행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정중히 거절합시다. 자식들한테는 ‘나쁜 짓 하지 마라!, 거짓말 하지 마라! 하면서 어른인 우리가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 않되잖아요? 후보자들은 금품선거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엔 그 돈이 우리 조합원의 노력으로 일군 조합의 것이 아니겠어요? ”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말이 없었지만 아내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조용히 생각에 잠기다 이내 잠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조합원인 친정아버지가 전해들었던 내용을 나름 각색(?)한 것이다. 2019. 3. 13.(수) 실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무엇보다 금품선거가 염려된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도 여지없이 후보자 매수 및 기부행위가 전체 위반행위 중 40%인 349건에 달했다.
조합원만 투표할 수 있으며 유권자 수가 공직선거(대통령, 국회의원선거 등)에 비해 적은 데다, 지연․학연 등 후보와 조합원 간에 친밀한 관계가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선거이후에도 지역사회가 많은 혼란을 겪어왔던 걸 지켜봤다.
조합원인 농민, 임직원 그리고 조합이용 고객의 피와 땀으로 일군 결실을 소중히 여기고 바르게 이끌어 갈 조합장을 선출해야 튼실하고 신뢰받는 조합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그래서 한표 한표가 중요한 이유이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는 우리 모두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조합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하며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본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