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기상현상이 심상치가 않다.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하여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가고 있음을 우리는 직접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 같이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겨울철에는 지구온난화는 멀리 달아난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런 기후의 변화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특별히 우리 함양과 같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는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2018년 올해에도 여러 가지 기현상들이 나타났다. 한참 과일들이 꽃을 피우려고 하는 초봄에 예상치 못한 기상저온현상이 발생하여 꽃눈이 냉해를 입어 과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무던히도 태웠다. 여름에는 너무나 더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겨운 날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중국대륙에서 몰려오는 황사와 우리들이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미세먼지가 합하여져 마치 뿌옇게 안개가 낀 것 같은 날도 이제는 심심찮게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미래에 대한 기상정보들은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왠지 모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마저 던져주기도 한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안전하고 안락한 세상이 될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그냥 이런 변화하는 현상에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대비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 무슨 낭패를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은 전능한 존재가 아니어서 완벽한 대비는 할 수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어서 미리 미리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비들을 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농촌에 일손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농사를 짓는 고등학교 동기에게서 전화가 와서 주말에 감을 따야 하는데 도와 달라고 하였다. 이 친구는 농사를 크게 하지는 않지만 도라지와 고구마 그리고 곶감 등 몇 가지 농사를 조금씩 하고 있다. 몇 년 전에 필자가 함양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면서 “강소농”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 친구가 “비록 소규모이지만 강한 농업인” 즉 “강소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일찍 집에서 나와서 안의에서 만나 감을 따러 갔는데 경남 고성으로 갔다. 사는 곳은 거창이고 곶감을 만드는 “덕장”은 서하에 있는데 고성에 있는 감나무를 임대해서 감 농사를 본인이 직접 지어서 가을에 수확을 해 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올해와 같이 기상이변으로 인해 함양과 같은 고지대에 있는 감나무들이 냉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럴 때 고성과 같은 따뜻한 곳은 그런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함양에서 고성까지 오가며 농사를 짓는 것이 육체적, 경제적으로 힘들고 많은 대가가 지불되지만 이 친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주 동안 토요일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고성에서, 서하에서 감을 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얘기들 중에 자연히 농사일을 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들이 주제가 되었다. 여러 어려움들이 있지만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번기나 수확 철 일손부족문제가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젊고 인건비도 조금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일손으로 고용해 보기도 하지만 거기에도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고, 또 요즈음은 인건비도 많이 올라서 여러 가지로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이 친구는 가능한 한 자기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적정규모만 농사를 짓고 있었다. 고구마를 재배해도 가능한 한 혼자서 할 수 있는 재배면적만 한다. 그래서 판매에도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한다. 도라지도 처음에 조금만 했는데 지금은 노하우가 쌓여서 재배 면적은 늘어났지만 감당할 수 있다고 하며 곶감도 다른 사람들 손 많이 안 빌리고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제대로 된 곶감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농업경영철학이 자기가 생산한 물건을 “소비자들이 구매해서 흡족해 하고, 그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니까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처럼 많은 돈은 만져보지 못할지 모르지만 먹고 살며 자녀들 교육시키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상기온이 발생해도 농사를 경영하는데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일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별 어려움 없이 일을 해 낸다고 한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든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는 어려움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어려움들은 정부나 지자체, 혹은 다른 외부에서 모두 해결해 줄 수도 없고 해결해 주지도 못한다. 이 친구처럼 나름대로 대비하면서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살아갈 때 예상치 못한 여러 상황들이 발생해도 불안해하거나 요동하지 않고 안정감 있게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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