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들어서니 추위 탓인지 몸과 마음이 움츠려진다. 1년을 결산해 보지만 건질 것은 별로 없고 잘못된 것들만 남아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하다. 서민들의 난방재인 연탄값마저 올랐다. 경기는 점점 침체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반갑지 않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이다. 양극화도 더 심해졌다고 하니 극빈층의 겨울나기가 더 힘들어 질 것 같다. 이런 암울한 소식들을 접하게 되면 낮게 내려앉은 구름 낀 겨울하늘 같이 기분도 함께 내려앉는다. 학교폭력, 일자리빈곤에다 일자리 세습 문제, 임금분쟁 정부 시책에 대한 불만 등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양보와 타협은 없고 자기 목소리만 내는 사오정만 사는 세상인 것 같다. 나만 우리끼리만 이익을 챙기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풍조가 만연되어 불행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함께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함양여자중학교와 이웃하고 있어 정문 입구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그루의 백일홍나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수령이 육칠십쯤 된듯하여 동년배인 친구 같이 친근감이 드는 나무들이다. 교목인 정원수는 한그루씩 독립되게 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백일홍 두 그루를 나란히 근접해 심은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학교 교정이므로 친구끼리 다정히 지내라는 의도를 담은 듯도 하고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줄기차게 피는 백일홍 꽃과 같이 학업이 힘들어도 꾸준히 노력하여 꿈을 꽃처럼 아름답게 피워내라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두 나무의 윗가지 부분을 보면 한 나무의 수관(樹冠)처럼 둥그렇게 어우러져 있다 잎이 진 요즈음은 작은 잔가지까지 훤히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도 다른 가지에 닿지 않고 조화를 이룬 모양을 보면 그 완벽함에 신비감마저 들 정도다. 지난여름 꽃이 만발하여 매일 매일 꽃다발을 한 아름씩 선물 받는 행복감에 젖어 무더위를 견디게 해준 백일홍이 고맙다. 인류가 꿈꾸어온 이상향은 조화롭고 평화로운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빨강꽃과 녹색잎은 각자의 색을 유지 하면서도 가까이 있으면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자연스러운 조화이지만 사회에서의 조화로움은 노력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법과 질서 공정, 양보, 존중, 배려, 나눔, 봉사 등 많은 것들을 실천하고 지켜야 한다. 자연생태계는 우리가 배워야 할 조화로움이 많다. 극지의 혹한 속에서 종족을 유지하고 사는 펭귄은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모여 서로 체온을 나누고 사는 허들링이라는 그들만의 지혜로운 생존문화가 있다. 바깥에 있는 펭귄은 몸으로 바람과 추위를 막아 주고 보호 받아 몸이 따뜻해진 안에 있는 펭귄은 자리를 내어 주고 밖으로 나가고 밖에 있는 펭귄이 안으로 들어와 보온을 받는 아름답게 사는 모습이다. 펭귄과 같이 자리라는 것이 내 것이 아니고 모두의 것이며 잠시 머물다 내어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고용세습 같은 기형적인 일자리 폐습은 없었을 것이고 좋은 자리일수록 더 크게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자리를 이용한 이익 챙기기나 교만은 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고장은 조화로운가 모두 자기 주변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백일홍이 작은 꽃들을 모아 크고 아름다운 꽃무리를 만들어 내듯이 조화로운 고장을 만들기 위해 우선 작은 배려와 양보라도 실천하다보면 살기 좋은 진정한 귀촌 1번지가 될 것이다. 백일홍 꽃말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이라고 하니 내년 여름 다시 필 백일홍꽃을 기다리다 보면 이 춥고 어두운 겨울이 쉬이 지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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