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열풍으로 한바탕 홍역 아닌 홍역을 치렀던 개평한옥마을에 관광객들과 지역민들의 쉼터로 손색없는 새로운 명소가 문을 열었다. 어쩌면 시골마을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지인공간(知仁空間)’이라는 북카페다. 지인공간은 과천에서 출판업을 하던 김지인(48) 대표가 지난 9월8일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터전으로 450여평의 부지에 한옥을 지어 북카페를 연 것이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수도권에서 살아왔지만 일두 종가의 외손녀로 개평마을과는 뿌리 깊은 인연이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몇차례 개평마을에 오긴 했지만 이곳에서 인생2막을 시작하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녀는 “5년전 일두 고택이 문화재청 명품한옥스테이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외삼촌을 돕기 위해 수시로 오가게 되었는데 자주 오다 보니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던 함양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했다. 일두 고택 인근에 대목장인 사촌형부의 손을 빌려 북카페, 세미나실, 공연장 등 다목적 문화공간을 1년에 걸쳐 지었다. 한옥 한 채를 완공하는 데 평균 6~7개월이 소요 되지만 지인공간은 두배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 김민근(52)씨는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30여년을 몸담고 있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설계단계에서만 건물의 용도와 기본적인 구조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을 뿐 전문 설계사무소와 대목장께 모든 일을 믿고 맡겼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고 했다. 카페 한쪽을 반지하와 다락방 형식으로 만든 특이한 구조가 눈에 띈다. 고택의 누마루를 본뜬 것이란다. 반지하 사방에는 책을 빼곡하게 진열해 조용히 독서를 즐기기에도 더없이 아늑한 공간이지만 음악공연 때에는 공명통 역할을 해 소리울림을 좋게 한다고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건물 사방으로 개방형 창호를 설치해 언제나 외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한옥의 운치가 그대로 느껴지는 건물 내부에만 50여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어 각종 공연과 모임도 가능하다. 빔프로젝터 등 세미나를 위한 시설도 갖췄다. 지인공간은 북카페와 출판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북카페는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일주일에 4일 문을 연다. 이외에 공휴일에는 임시로 문을 열어 손님을 맞는다. 북카페가 쉬는 날은 출판을 위한 일에 시간을 할애한다. 그녀는 내년부터는 북카페를 각종 단체모임 등에 대관도 하고,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청년국악단 불세출의 공연 등을 정기적으로 열어 지역민들과 문화적인 소통도 강화하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불세출의 후원회이자 팬클럽인 ‘불나비’의 총무를 맡아 국악 발전을 위한 후원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불세출 단원들은 그녀의 초청으로 일두 고택, 서하면 동호정 너럭바위 등에서 올해 4회에 걸쳐 함양을 무대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김지인 대표는 3년 전부터 북카페를 열기위한 준비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카페와 학원에서 틈틈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불나비 회원들에게는 제빵 기술을 배웠다. 카스테라, 호박빵, 스콘 등 세종류만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그녀의 북카페에는 다양한 음료와 빵을 판매한다. 그중에서도 오미자, 매실 등 5~10년 장기발효액 차와 생강차, 유자차 등은 친정어머니가 직접 담은 것이라고 한다. “조용히 살기위해 시골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 뿌리를 내려 출판업도하고 문화사업도 하면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제2의 인생에 도전한 것”이라는 그녀는 지인공간이 개평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쉼터이자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문화공유의 장이되기를 기대했다. ‘테이크아웃은 가져오신 텀블러로만 가능합니다. 지인공간에서는 일회용컵, 빨대 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텀블러를 가져오시면 20% 할인’이라는 문구에서 환경과 문화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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