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하는 업체마다 홍보용으로 달력을 준비하여 방문객에게 나눠 주곤 하던데 새해 달력을 받아 보니 어느덧 한해가 기울고 있는 실감을 하게 되네요. 달력을 넘겨가며 내년에는 무슨 날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면서 2월에 잡혀 있는 설에 눈이 가게 되네요. 설 전에 곶감을 만들고 판매를 끝내야하기 때문에 달력으로 보는 설은 저희 집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정표랍니다. 1년 중 가장 치열하고 바쁘고 정신없는 시기라고나 할까요.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가을 추수가 끝나고 김장만 끝내면 긴긴 겨울의 휴식이 있지만 저희집은 이제부터 더 바쁜 시절이 다가와 해마다 이맘때면 이 엄혹한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까 걱정이 많답니다. 밤과 감 수확이 끝나고 소비자분들에게 판매를 마치고, 다소 늦은 감 깎기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 무밭의 무청 수확과 무 수확, 무말랭이 만드는 일도 곶감 감말랭이 작업과 같은 시기에 하다 보니 김장은 언제나 동네에서 꼴찌랍니다. 특히 올해는 유통시설 건물 공사로 작업장이 정리가 되지 않아 더욱 더 늦은 감 깎는 일이 되어 버렸네요. 해마다 하는 일인데도 해가 거듭될수록 농사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힘든 일이라고 느껴지네요. 그래서일까요? 한해를 보내는 마음이 올해는 더욱 더 춥게 느껴지네요. 새벽 찬 공기는 손발을 시리게 하고, 일찍 찾아오는 저녁의 어둠은 한낮의 짧은 태양열마저 금세 식혀 버리니 올해는 어쩌면 그 어느 해보다 추울 듯 싶은 예감이랍니다. 하지만 오늘은 따뜻한 하루였답니다. 왜냐구요? 오늘 아주 먼 경기도 파주에서 저희집을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 있었답니다. 벌써 몇해 째 찾아오는 손님인데 저희집 감을 사 가져 간답니다. 해마다 40~50박스 정도 가져 가는데 가져 간만큼 저희가 깎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힘든 일이 감해지는 거잖아요. 그리고 올 때는 항상 계란 한 꾸러미를 가져 오신답니다. 누군가 찾아오는 것도 반가운데 유정란 계란을 선물로 가져 오니 더욱 반갑더라고요. 답례로 밤과 무시래기를 드리긴 했지만 왠지 무언가 더 못 드리고 그 먼 곳까지 떠나보내는 마음은 항상 아쉬움을 남긴답니다. 만나면 반갑지만 이별은 아쉬움을 남기는 게 사람의 마음인가 싶네요. 엊그제는 큰오빠가 한국에서 고향 네팔로 돌아갔는데 이제 오지 않을 듯 싶네요. 한국의 일도 힘들고, 고향도 그립다면서. 그렇지만 한국에서 번 돈으로 지진으로 무너진 고향 시골집도 새로 지어 이제 고향 가족과 따뜻한 겨울을 지낼 듯 싶어 헤어짐의 아쉬움 뒤로 안도가 되는 마음이랍니다. 기다리는 아내와 자식들이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고된 노동으로 힘들게 돈을 벌고. 남들은 한국에 오려고 그렇게 노력해도 오지 못하는데도... 네팔로 돌아가면 그곳에서는 큰돈이지만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래서 고향으로 일찍 돌아간 것 같네요. 그렇게 큰돈을 벌고 가진 못했지만 고향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거라고 믿고 싶네요. 마음이 천성적으로 순수하고 착한 탓인지 그렇게 큰 욕심도 없는 큰오빠, 가족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자 나라인 한국에서도 겨울이 되면 밥을 굶거나 추위에 겨울나기가 힘든 분들이 많다고들 하네요. 부디 이 혹한 겨울 추위 잘 이겨 내시고, 건강 챙기시고, 힘내시길 빕니다. 그분들의 무사 겨울나기를 기원 드립니다.(네팔댁 지리산똑순이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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