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을 지나 겨울의 한복판으로 향해 가는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따끈한 손두부가 더욱 그리운 계절이다. ‘한번도 안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지리산 가는길 ‘어머니표 손두부’ 동호상회를 찾았다. 이번호의 주인공은 동호상회 안주인 배정희(60)씨다.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 동호마을 함양군농기계임대사업소 옆 천왕봉로 왕복 2차로 도로변에 새로 지은 집 한채가 눈에 들어온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동호상회 손두부가 길손을 반긴다. 동호상회는 이곳에서 불과 5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30년 동안 손두부를 만들어 판매하다 며칠 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맞은편은 그녀의 친정어머니가 40년 전 처음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곳이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난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친정어머니 손두부 만드는 일을 도왔다. 그러다 인근 목현이 고향인 남편 송길중(63)씨와 25살에 결혼해 서울에서 생활했다.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로 생계터전이던 공구상가가 포함되면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배씨의 고향인 동호마을로 귀향해 친정어머니가 하던 손두부를 이어받았다. 어느덧 15년이 됐다. 그러나 새집으로 자리를 옮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전통방식으로 두부 만드는 것부터 동호상회라는 상호가 있으면서도 작은 간판조차 달지 않는 것도 이전 그대로다. 앞으로도 간판은 달지 않을 생각이란다. 전통 방식으로 하루에 정해진 양만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에 굳이 간판을 달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욕심 내지 않고 하루 딱 한판, 32모만 만들어 판다. 아침에 만든 두부가 동나면 그걸로 그날 장사는 매조지다. 모자란다고 더 만드는 일도, 남아서 못 파는 일도 없다. 그녀는 “인근지역 사람들이 주로 두부를 사먹기도 하지만 여름 휴가철이나 단풍철에 지리산에 놀러왔다가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단골이 된 손님들이 많다”며 “서울, 부산, 진주 등에서 전화로 두부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어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고 했다. 손두부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묻자 “특별한 비법은 없다”면서 “좋은 콩을 사용하는 데 맛이 없을 수 있겠냐”고 했다. 콩은 대부분 남편이 농사지은 것이다. 부족한 콩은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콩을 구매해 사용한다. 가격이 비싸도 100% 국산 콩만을 고집한다. 그녀는 “어머니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맷돌을 대신해 기계식 맷돌을 사용하고 손으로 콩물을 짜던 것을 이제는 기계의 도움을 받을 뿐 나머지 공정은 모두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전통방식 그대로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손두부를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 7시면 작업을 시작한다. 가마솥에 소나무 장작불을 지피고 전날부터 불려 놓은 콩을 가는 것으로 하루일과는 시작된다. 두부를 만드는 일은 그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거운 일이다. 남편이 든든한 조력자다. 콩을 갈거나 옮기는 일 등 힘든 일은 남편이 맡고 있다. 손두부를 만드는 데는 꼬박 2시간이 걸린단다. 콩농사와 벼농사 등으로 바쁜 남편이지만 3개월에 한번 장모님을 모시고 아침 일찍 정기검진을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두부 만드는 일을 하루도 그러지 않는다고 한다. “두부를 팔아 남는 건 거의 없다. 오히려 비지가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몇몇 식품가게에 납품하는 데 그게 남는 것이다”며 “변함없이 손두부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만 맛있는 손두부를 만들어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정성들여 만든 어머니표 손두부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침샘을 자극한다. 지리산 가는 길 동호마을을 지나는 길손이라면 한번쯤 들러 전통 손두부 맛을 보는 것도 탁월한 선택일 듯하다. 배정희씨는 “아들과 딸이 기특하게도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을 갖고 있다”며 “때가되면 친정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가업을 자식들에게 온전히 전수해 우리 전통음식이 하나라도 사라지지 않고 오래오래 대를 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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