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언급했던 오행배속표의 근간根幹에서 “지나친 감정의 변화는 기운에 변화를 주게 되며 결국 오장육부五臟六腑에까지 변화를 일으켜 몸의 균형이 깨지며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라고 설명한 적이 있었다. 가령 분노는 간肝의 기운을 소모시키므로 간경화나 간암에 걸렸다면 섭생을 잘못한데 원인이 있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분노하거나 화를 내는 것만으로도 간肝의 질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동양의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의 기氣는 화나면 오르고, 기쁘면 풀리고, 슬프면 잠기고, 놀라면 어지럽고, 더우면 쏟아내고, 추우면 움츠리고, 두려우면 황폐해지고, 긴장이 풀리면 무기력해지고, 생각을 많이 하면 정지하고 걸린다”라고 설명한다. 서양의 테드 앤드류(Ted Andrews)는 “스트레스를 완화하지 못하거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게 되면 신체의 차크라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키는 큰 원인이 되고, 결국 차크라의 장애는 그에 상응하는 인체 내의 장부臟腑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바로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으로, 오장육부五臟六腑와 마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을 여기에 적어본다. 참고로 차크라는 ‘바퀴’라는 의미로 정수리부터 회음부까지 척추를 따라 위치하고 있는 일곱 개의 생명 에너지의 통로이자 중심이다. 동양에서는 무엇인가에 놀라거나 무서운 경험을 하였을 때 ‘간담肝膽이 서늘하다’는 말을 한다. 간담肝膽은 간과 쓸개이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오행五行 이론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간과 쓸개는 모두 오행五行 중 목기木氣에 속한다. 목木의 기운은 봄의 새싹과 같아 밖으로 헤집고 나가려는 속성이 있다. 하지만 찬 기운을 만나면 위축된다. 이것이 놀랐을 때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유이다. 목木은 인간의 감정으로는 용기와 배짱, 그리고 추진력에 해당한다. 우리는 보통 때 같으면 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어떤 일을 겁 없이 추진하는 사람을 보고 ‘간이 부었다’거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목기木氣의 추진력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깜짝 놀라 이 기능이 위축되면 ‘간이 콩알 만해진다’라고 하며, 정도가 더하면 ‘간 떨어질 뻔했다’라고도 한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말은 먹은 것이 하도 적어서 소화기를 거쳐 간에까지 전달될 것도 없다는 뜻이다. 담膽, 즉 쓸개는 어떤 일을 결단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맡는다. 옛 사람들은 진정한 용기가 쓸개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제갈공명의 부하 중에 강유姜維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용맹의 화신으로 여겼다. 제갈공명이 죽은 뒤 상대국에 항복하였던 그는 반란을 도모하다가 장렬히 전사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쓸개가 얼마나 큰지 궁금하여 배를 갈라 보았는데, 정말 그 크기가 한 말[斗]이나 되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그는 대담大膽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밀어붙이면 ‘대담大膽하다’고 하고, 무서운 것을 모르면 겁이 없고 용감한 기운을 뜻하는 ‘담력膽力이 세다’고 한다. 반대로 줏대가 없어 이것저것 바꾸는 비겁한 사람을 가리켜 ‘쓸개 빠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추진력이 일관성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쓸개는 우리 몸에서 저울추처럼 균형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자기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사람을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라고 말한다. 주견主見 없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소인배小人輩의 행동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목木이 왕하면 간담肝膽이 왕하고 반대로 목木이 허하면 간담肝膽이 허약함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우연히 한 방송사의 ‘엄지의 제왕’이라는 프로에서 ‘해독의 기적’이라는 주제로 박찬영 한의사가 나와서 설명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일명 행복호르몬)의 80~90%가 장腸 점막에서 생성이 되는데, 이것이 뇌에 영향을 줘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장腸이 무력하고 변비가 있고, 장내 부패가 심한 사람들은 세로토닌 분비가 장腸 점막에서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삶이 너무 팍팍하고 재미없고, 무료하고, 짜증나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불면인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인들의 다양한 정신적 질환의 원인이 이러한 장腸의 독소로서, 1차적으로 가장 먼저 봐야 될 부분이 장腸이라고 하며, 장腸을 제 2의 뇌로 보면서, 장청뇌청腸淸腦淸이란 말처럼 장腸이 깨끗해야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이 말은 현대의 의학에서 발견한 몸과 마음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준 연구결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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