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할 때 가제를 ‘지리산농부의 귀농이야기’로 했고 책 내용과도 어울리는 것 같았기에 그대로 확정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책은 제목이 얼굴인데 가제가 쫌 식상해서 참신한 제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목에 대해 내가 혹 생각해 둔 게 있는지 출판사에서 물어보는데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알아서 다 해주겠거니 믿고 있었기에 딱히 생각해둔 것이 없었다. 어쨌든 제목이 끌려야 책도 잘 팔리기 때문에 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목을 뭘로 하면 좋을까?
출판사에서 제목 안을 여러 개 제시했는데 내가 보낸 원고에 웃기는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제안한 제목엔 ‘웃기는’ 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아니 대부분이다. 아래는 출판사에서 제안한 제목이다.
<지리산에서 제일 웃기는 남자>/<지리산에서 가장 웃기는 남자)(앞 글자만 따면 ‘지가웃남’ 이 되네요^^)/<아재, 그만 좀 웃겨요>/<지리산을 웃기는 남자>/<지리산 아재, 세상을 웃기다>/<지리산 농부, 세상을 웃기다>/<호랑이가 무서워하는 남자>/<곶감 곧 갑니다>/<곶감 곧 감>부제안
지리산에서 제일 웃기는 농부 이야기 / 귀농 10년차 지리산 초보 농부의 유머 일기 / 예초기가 무서운 지리산 농부의 웃기는 이야기 / 지리산 농부의 배꼽 빼는 이야기
그런데 이런 일은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멋지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겠기에 나는 SNS에 ‘제목구함’ 이라는 제목으로 설문 포스팅 했다. 고맙게도 많은 페부기, 카스 친구들이 댓글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었다. 어떤 친구는 할머니와 대화 중에 제목을 착안하여 ‘감보다 곶감이 달지’라는 매력적인 제목을 제안해주었고, 또 어떤 친구는 ‘웃기는 냥이, 더 웃기는 농부’ 라는 웃기는 제목을 추천해주었다. 요즘 고양이가 대세고 고양이와 관련된 상품이 잘 팔린다니 냥이를 엮어보는 것도 괜찮은 전략인 것 같다. 마침 원고에는 냥이 이야기가 몇 편 포함되어 있고 사진작가가 방문하여 냥이 사진도 많이 찍어갔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제목이다.
설문에 대한 댓글이 이어졌다. 다양한 컨셉의 아이디어를 보내주었는데 새겨들어야 할 지적과 예리한 충고도 있었다. 제목에 “지리산이 들어가는 것은 좀 식상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또 어떤 친구는 “웃기는 남자 등으로는 하지 말라. 재미있고 좋은 글을 웃기는 것으로 컨셉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그런데 감과 지리산, 유진국의 일상 포함하는 것이 딱 맞은 제목 짓기 어려울 거다 내가 생각해본 것은 <감의 여운>이다” 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이런 충고들을 참고하여 <십년 째 초보농부(부제) 유진국 이야기(주제목)>로 하면 어떨까 하고 출판사에 던져보았다. 어쨌든 출판사에서는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제목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내가 쓴 원고이니 제목도 내가 원하는 걸로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출판사에서 알아서 정해달라고 공을 넘겼다. 곶감이 출시될 즈음 책도 출판이 된다고 하니, 나는 책과 곶감을 받은 고객이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할 지 궁금하다. 원고는 십년 째 초보농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쓴 것이고, 곶감은 지금 생얼로 수수하게 말리고 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