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읍 간선도로변에 며칠 전부터 태극기와 베트남 국기(금성홍기·金星紅旗)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낙원사거리에서 함양고 쪽 두루침교를 채 못 가서다. 수많은 가로등 중 유일하게 이곳에만 양국 국기가 게양돼 있다. 함양으로 시집온 뒤 토박이보다 함양을 더 사랑한다는 베트남댁 자매가 자신들의 가게 개업을 자축하기 위해 내건 것이다. 감수연(36)·누엔 티 이엔(34)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1월6일 함양읍 함양로 옛 ‘오복식당’ 자리에 ‘베트남자매쌀국수’를 오픈했다. 고향의 맛을 전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실현한 것이다. 개업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수연씨가 그동안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온 덕에 제법 입소문이 났다. 그녀의 베트남 이름은 ‘누엔 캄 수엔’이다. ‘캄 수엔’과 발음이 비슷한 감수연으로 개명한 것이다.이들 자매는 결혼이주여성으로 베트남 남부 메콩강유역 박리에우가 고향이다. 박리에우는 인구 15만명의 해안도시로 어업이 주업이라고 한다. 이들은 다섯 자매 중 넷째와 막내다. “어려서부터 외국생활을 동경해왔다”는 수연씨는 2004년 국제결혼업체 주선으로 함양의 며느리가 됐다. “남편이 잘 생겨 한눈에 끌렸다”는 그는 “결혼한 지 15년이 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처음 두메산골 마천으로 오던 날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해보니 공항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함양터미널에서 마천으로 가는 길은 너무 이상했어요. 어둑어둑한 밤이었는데 집도 별로 없고 꼬불꼬불한 산속으로 한참을 가는 거예요. 제가 살던 박리에우와는 너무 달랐어요. 정말 황당했어요. 사기꾼들에게 속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계속 울었어요”라며 처음 함양에 오던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고 했다. 수연씨는 남편이 살고 있던 마천면 등구마을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열다섯살 위인 남편과 가정을 이뤄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결혼 후 줄곧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도 좋지만 시어머니가 더 좋다”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응원해 준다”고 했다. “시댁 식구들에 대한 자랑이 이만저만 아니다. “열심히 공부해 한국말도 빨리 배울 수 있었다”는 그녀는 부지런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육아를 하면서도 마천농협 가공사업소에서 4년을 일했다. 2012년에는 농협함양군지부에 계약직으로 취업했다. ‘베트남자매쌀국수’를 개업하기 전까지 6년3개월을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업무 통역 안내를 맡았다. 속은 줄 알고 눈물로 시작했지만 살다 보니 너무 좋은 곳임을 알게 돼 동생 누엔 티 이엔과 이종사촌 동생에게 권유해 세자매가 함양며느리가 돼 살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함양군 이주여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하다. 육아에서 가정문제 등 이주여성들의 상담사역도 자청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다문화상담사 1급 자격까지 취득했다. 남편은 여주와 하수오 등 약용작물을 재배한다. “남편이 생산하는 여주는 쓴 맛이 덜한 베트남산 여주다”면서 “자신이 여주 씨앗을 베트남에서 가져와 재배하는 것이라”며 뿌듯해 한다. 베트남자매쌀국수집 메뉴는 4가지로 단출하다. 쌀국수와 월남쌈, 반쎄오(부침개), 짜조(만두)다. 쌀국수의 면은 베트남에서 공수한다. 나머지 채소와 고기, 육수를 내는 사골 등은 그때그때 시장에서 구입한다. 다음달 출국을 앞둔 이모(61)가 주방일을 돕고 있는데 자매의 손맛도 타고난 모양이다. “둘 중 누가 음식을 더 잘하냐”고 하자 “언니는 동생이, 동생은 언니가 잘한다”며 서로를 추켜세운다. “한국이 좋고 함양이 좋아 영원히 함양에 살고 싶다”는 수연씨 자매는 “모국인 베트남을 함양에 알리고, 함양을 베트남에 알려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 앞장서고 싶다”며 나란히 휘날리는 양국 국기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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