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방방곡곡 발길 닿는 곳마다, 머무는 곳마다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애드벌룬을 자주 보게 된다. 벚꽃, 유채꽃, 진달래, 철쭉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봄꽃 축제가 시작되고 구절초를 시작으로 백만송이, 천만송이 국화축제의 진한 향기가 가을 나들이객들을 유혹한다. 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도 해바라기 축제, 연꽃축제, 메밀꽃 축제, 코스모스축제 등 꽃을 주제로 하는 축제가 우리로 하여금 어디로 갈까? 고민하게 하는 결정장애에 걸리게 한다. 꽃을 주제로 하는 축제장은 항상 사람이 붐빈다. 왜 그럴까? 꽃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보는 행복감도 있겠지만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의 농·특산물만을 가지고 축제를 하기에는 기대감이 너무 낮은 게 현실이다.가을이 무르익어 가던 10월. 축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하동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 임실 치즈축제, 정읍 옥정호 구절초축제, 김제 지평선 축제를 다녀왔다. 내가 다녀온 축제들은 이미 가을 축제로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어서 인파로 넘쳐났다. 하동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진주에서 기차를 타고 북천역에서 내려 축제를 즐겼었다. 조그만 시골역을 감싸 안은 코스모스 길을 아장아장 아이들과 함께 걸었다. 기차와 코스모스 정말 기가 막힌 조합이다. 지금은 축제장도 넓어지고 북천역도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했다. 코스모스가 주연이지만 다른 꽃들도 만날 수 있다. 메밀꽃, 백일홍, 핑크뮬리, 조롱박 터널, 국화 등 많은 사람들이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축제장 곳곳을 돌아본다. 그러다 보니 그 즐거움이 너무 크다. SNS가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을 잘 활용한 축제였다. 임실은 치즈로 유명해지기 전에는 대한민국 어디쯤 있는지도 모르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임실 하면 치즈, 치즈하면 임실이 돼버렸다. 임실 치즈테마 파크는 스위스의 한 마을을 옮겨 온 듯 이국적인 건물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린 조경, 치즈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 식사가 가능한 곳이어서 대한민국 초등학교 체험 1번지이다. 축제가 막 끝난 시간에 방문하였음에도 많은 관광객들을 만났으며 유치원, 초등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동물농장, 놀이터 시설까지 다 갖추고 있다 보니 체험여행, 소풍의 단골이다. 사진 셔터를 누르는 곳마다 한 장도 버릴 수 없는 인생 샷이 연출되는 풍경,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나 싶을만큼 이국적인 풍경들, 그리고 천만송이의 국화 향기, 많은 사람들이 멋진 뷰를 감상하고 치즈 돈가스, 치즈 피자로 식사를 하고 각종 치즈 제품들을 구입해 한 아름 안고 나온다. 입장료, 주차료를 받지 않고 이렇게 멋진 곳을 보게 해준 고마움으로 우리 일행도 많은 제품을 구입했다. 고소한 치즈와 가을국화의 만남은 천생연분임을 확인하고 옥정호 구절초 축제장으로 향했다. 임실치즈 테마파크가 화려한 색채의 국화 축제장이었다면 정읍 옥정호 구절초 축제장은 순백의 하얀 구절초가 넘실거리는 축제장이었다. 우리가 흔히 가을 들판에서 들국화로 부르는 꽃! 인구 몇천명의 작은 동네 산내면을 몇십만명이 다녀가게 만든 꽃! 누군가 작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을 뿐인데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두었다. 지천으로 피고 지는 우리 들꽃을 잘 활용한 대표 야생화 축제이다. 예전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만경강과 동진강을 끼고 있는 김제평야로 낙인이 되어서인지 김제는 낯설지가 않은 지역이다. 김제 지평선축제는 대한민국의 대표축제이며 우리나라 농경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축제이다. 가는 날 태풍의 영향으로 비는 내렸지만 축제를 향한 우리의 마음은 비에 젖지 않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 ‘모락모락 아궁이 쌀밥 체험’ 직접 나무로 불을 지펴서 아궁이에 작은 무쇠솥을 걸고 밥을 해 먹는 체험이다.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는 게 당연한 우리 아이들에게 모락모락 아궁이 쌀밥 체험은 과거로의 여행인 셈이다.김제의 윤기 나는 쌀밥을 시래기국과 함께 점심으로 해결했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직접 밥 해 먹는 걸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다니 생각을 조금만 비틀어도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구나! 축제장을 방문하고 축제의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다보면 삶의 활력소가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가을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억새꽃, 갈대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국화도 아직 꽃빛을 다하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너무 망설이지 말고 지체하지 말고 지금 바로 떠나시라.늦가을의 매력 속으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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