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이 군 상징물 및 통합브랜드 개발을 명목으로 거액을 투입한 용역을 추진에 나서 예산낭비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함양군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상징물 및 통합브랜드가 시대성에 뒤쳐지며 지속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이질감과 괴리감이 있다는 이유로 새로운 상징물 및 통합 브랜드 개발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함양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통합브랜드, 마스코트, 캐릭터 등 상징물은 지난 2000년 6월 만든 것으로 20년이 다되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징물이나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도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라는 게 군민들의 지적이다.
함양군은 11월6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제2차 함양군 용역심의위원회’를 열어 군 상징물 및 통합브랜드 개발에 대한 용역안을 상정하고 새로운 브랜드 개발에 2억원의 용역비를 책정했다.
이날 제안된 용역심의 내용에 따르면 함양군은 심벌마크와 통합브랜드를 각각 개발해 행정서식, 홍보·광고, 차량 등에 일체 응용하고 농산물·가공식품 등의 포장 디자인에 적용한 다는 것이다.
군의 계획대로라면 개발용역비에만 2억원이 소요되고, 간판이나 시설물 등 기존 상징물을 교체하는 데도 수억원의 예산 투입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군을 상징해온 심벌마크 등이 바뀌면 이를 알리고 교체하는 비용뿐 아니라 이미 익숙해져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빚어질 혼돈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경제적 손실이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한번 정한 상징물이나 통합브랜드 등을 쉽게 바꾸지 않는 이유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함양군의 정체성을 바로잡고 군 이미지를 정립해 다양한 시안을 제작한 다음 기획의도에 맞게 결과물을 작성하고 함양군 행정봉투, 명함, 포장지 등 필요한 요소에 재 디자인 하겠다”면서 “내년 2월 용역을 발주해 5월까지 4개월간 시행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의위원회에는 강현출 부군수(위원장)를 비롯한 김윤택 군의원, 김영철·정인숙 전 공무원, 박영미 여성단체협의회장, 권충호 기획예산담당관, 강현관 건설교통과장 등 7명이 참석했다. 이의제기나 반대의견을 제시한 위원은 단한명도 없이 군의 제안대로 심의를 통과시켰다. 만장일치라는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췄다.
심의위원들은 “심벌·캐릭터·슬로건 등 브랜드 상징체계를 하나로 통합해 타군의 ‘거창한 거창’, ‘산엔청’ 못지않게 함양을 빛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동안 쌓아왔던 함양군의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한 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주민 A씨는 “굳이 얼마 남지 않은 엑스포를 앞두고 상징물 및 브랜드를 바꾸면 군민과 관광객들에게 더 큰 혼란을 주는 것 아니냐”며 “군민들이 문제점이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아닌데 함양군이 뜬금없이 추진하려는 의도가 의심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실 군민들은 상징물이나 브랜드가 바뀌어야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면서 “군민들의 혈세를 쓸데없는 데 낭비하지 말고 꼭 필요한 데 써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돈이면 그런데 허투루 사용하겠냐”고 꼬집었다.
한 농업인은 “함양군의 농·특산물 공동브랜드인 ‘더 함양’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한국소비자 평가 최고의 브랜드’ 대상을 받은 것이다”면서 “무턱대고 용역을 맡길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잘 활용할 방안부터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라고 말했다.
함양군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 상징물 및 브랜드가 개발될지는 용역 및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야하지만 현재 농산물·가공식품 포장박스, 버스광고 등에 쓰이는 문구·마크 등이 각각 달라 마케팅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면서 “추후 군민 또는 의회에 선호도 조사 및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의된 안건은 2019년도 본예산 편성을 위한 함양군 용역심의안으로 △2020함양산삼엑스포 종합대책수립 및 엑스포연계 지역활성화 극대방안 구상용역 △함양군 통합브랜드 및 상징물개발용역 △중요기록물 데이터베이스 구축용역 △육십령 산림유양치유마을 조성사업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용역 등 4건의 총 용역사업비 5억9000만원으로 심의위원회를 모두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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