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수리 경인지 냥작인지 개냥이 접종 언제 할 거냐고 묻는데, 나는 응~해야지~ 할 거야~하고는 하루하루 미루고 있었다. 강아지 접종은 많이 해 봤는데 고양이는 첨이라 자신이 없어 질질 끌고 있는 거다. 지난 달 진주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일차 접종은 했는데 진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2차부터는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3차까지는 해야 하는데 진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자니 먼데다 돈도 아깝고 직접 하자니 고양이 발톱이 겁이 난다. 백신은 그저께 읍에 나가는 길에 동물병원에 들러 사가지고 왔다. 접종을 해야 하는데 약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이틀을 고민하다 더는 미룰 수가 없어 오늘 해치우기로 했다. 까짓거~ 고양이도 강아지처럼 하면 되겠지... 근데 깜짝 놀란 수리가 발톱으로 내 손을 할퀴면 어쩌지? 혹 내 손가락에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박아 넣으면 어쩌지? 수건으로 싸 바르고 할까 어쩔까 고민하다 그냥 하기로 했다. 싸 바르면 이 녀석이 분명 나를 용서하지 않을 터 잠잘 때 은근 슬쩍 한 방 놓기로 했다. 길냥이 수리를 업어온 지 어느 듯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수리는 빨리 자라기로 결심이라도 한 듯 체중이 두배 세배로 늘었고 발톱은 장미 가시처럼 날카롭다. 하품을 할 때 보면 이빨은 또 아이구야~ 악마가 따로 없다. 사료만 먹으면 즉시 골아떨어지던 수리가 접종을 하려고 마음먹으니 잠을 잘 안 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점심때 간식을 좀 많이 줬더니 벽난로 앞 한 구석에서 드디어 잔다. 나는 주사 바늘에 백신을 넣으며 아들에게 수리를 좀 잡아달라고 했다.아들이 수리를 살짝 안고 내가 바늘을 등 뒤로 숨긴채 다가가니 수리가 잠이 깨어 냐옹한다. 제기랄~ 한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게 잘 자더니 살짝 안았는데도 잠이 깨어 냐옹한다. 내가 등 뒤에 맛난 간식을 숨기고 깜짝 놀래키기라도 하려나 기대하는 눈치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강아지 접종하듯 하면 되겠지 싶어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살짝 찝어들고 바늘을 찌르는데 내가 너무 긴장했나보다. 바늘이 들어간 건지 안 들어간 건지 헷갈리는데아들이 “아이코 이 녀석이 문다”하며 수리를 소파에 던진다. 다행히 피가 나도록 물지는 않았다. 바늘을 숨기고 간식을 하나 먹인 뒤 다시 시도해보는데 수리가 뭐하는거야 하며 자꾸 돌아보니 바늘을 찌를 수가 없다. 수리가 뒤 돌아보면 바늘을 숨겼다가 다시 목덜미를 찝어올리기를 몇 차례, 안 되겠다 싶어 큰 아들을 불러 내 가디건으로 수리 발을 싸 바르라고 했다. 그랬더니 큰 아들이 한 마디 한다, “ 안돼~ 전문가에게 맡겨~ 고양이는 개와 다르잖아~” 고양이는 개와 다르다. 맞는 말이다. 나는 이 한마디 덕분에 마음 편하게 이 해프닝을 끝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근 이십일간 고양이 접종 때문에 고민을 해왔다. 시골에 살면 왠만한 건 직접 해야 하는데 고양이 접종은 어쩐지 내키지가 않고 겁이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일차 접종 때 수리를 진주에 있는 동물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아내가 어떤 책에서 보았는데, 고양이는 개와 다르기 때문에 캣프랜들리 병원을 찾아서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동물병원은 대부분 개를 전문으로 하는데 수의사들이 고양이를 작은 개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는 개와는 다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고양이를 잘 다루는 캣프랜들리 병원으로 가는 게 좋다는 거다. 내가 사는 시골에는 동물병원이 몇 군데 되지도 않지만 모두 피그 프랜들리, 카우 프랜들리다. 좀 멀기는 하지만 수리경인지 수리 냥작인지 애물단지 하나 데리고 다시 진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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