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지리산 능선에서 불붙은 단풍이 계곡을 향하여 줄달음 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런 저런 소소한 일들로 신경을 좀 쓴 것 같습니다. 신은 공평해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게 해주시고 평탄한 길속에서도 우리에게 시험을 허락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에게 그 시험을 피할 길을 주시고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시험의 연속성 속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서 살아갑니다. 우리의 선택에 감사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 표정에, 몸짓에, 말투에 그의 인생이 묻어납니다. 언제부턴가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맑은 영혼에 아픔이 흘러나오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엷게 흐르는 미소 속에 삶의 무게조차도 감사하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사람을 보며 그림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고 싶다고 했습니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내가 지금 걷는 길에 대한 아쉬움이 우리에게는 늘 함께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다시 ‘가지 않은 길’을 읽어봅니다.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그 날 아침 두 길에는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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