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청소년들이 갈수 있는 쉼터나 문화공간이 없다. 학생들은 범죄에 빠지기 쉬운 우범지역으로 몰린다.” 10월17일 오후9시 함양 원불교 옆에 위치한 법무부법사랑위원 함양지구협의회(회장 박순복)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다. 늦은 밤 사람들이 하나 둘 이곳으로 모인다. 법무부 법사랑위원 함양지구협의회 회원들이다. 매주 월, 수, 금요일 관내 야간순찰 활동을 통해 청소년의 비행을 사전에 예방하고 안전한 함양군을 만들기 위해 활동한다. 이날 김점옥(55) 팀장조의 야간순찰에 본지 취재진이 동행했다. 김 팀장은 최근 상림인근 어린이 공원과 군민의 종 종각을 가장 개선이 필요한 우범지역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야외활동하기 좋은 봄, 여름철에는 청소년들의 비행이 증가되는 계절이므로 CCTV, 가로등 등을 피해 상림인근 어린이 공원과 종각에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몰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곳에는 청소년들이 마시거나 피우고 버린 술병과 담배꽁초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관내에 없다는 문제로도 볼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환경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점옥 팀장은 “청소년들이 사각지대로 몰려 자칫 잘못된 해소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청소년을 위한 재능나눔콘서트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오후 9시10분 정구상(63) 부회장과 조우진(62) 씨 등 다른 위원들도 도착해 모두 5명이 모였다. 정구상 부회장은 “오늘 순찰 인원이 다 모였으니 출발을 하겠습니다. 먼저 충혼탑부터 논공단지, 관변 휴게소, 하림, 상림, 전통시장 등의 순으로 순찰을 돌겠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이들은 야광 조끼를 입고 ‘순찰’이라고 적힌 법사랑위원 차량에 몸을 실었다. 본인들의 일과를 마치고도 피곤한 기색 없이 웃음을 짓고 있다.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함양 충혼탑이다. 추념식을 갖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충혼탑은 캄캄한 밤이 되면 범죄의 사각지대로 변한다. 순찰대는 가로등이 없는 길에 손전등을 들고 구석구석을 살핀다. 정구상 부회장은 풀숲 아래를 가리키며 “지난번 여중학생 한 명이 바닥에 엎드려 술이 취해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해 술을 마셨던 것인데 가족에게 연락해 안전하게 귀가 지도를 했었다”고 말했다. 김점옥 팀장은 “과거에는 이곳이 어둡고 인적이 드물어 범죄에 노출되기 쉬웠다”면서 “지금은 CCTV를 설치하고 나서 자연적으로 그런 현상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늦은 시각 비가 와 우산이 없거나, 읍과 거리가 멀어 부득이한 사유로 집에 가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을 데려다 주는 것도 이들에게 흔한 일이다. 다음으로 함양고등학교 쪽으로 차를 이동했다. 그리고 천령유치원을 지나 노인요양병원, 연꽃의 집 등 관내 우범지역을 중심으로 순찰활동을 했다. 운전을 하는 정 부회장은 그냥 돌아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까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조우진 씨는 “우리 부회장님은 야간순찰을 빠짐없이 성실하게 하고 계신다”면서 “함양의 숨은 곳곳 모르는 곳이 없다”고 했다. 정구상 부회장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부 법사랑위원에서 야간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당시 자녀들이 학생이고 주위의 권유도 있고 해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데 자녀들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면서 “젊은 친구가 나타나면 이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이 귀해 쉽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점옥 팀장은 “일어난 범죄 사건에 대한 일은 우리가 관여할 수 없지만 사전에 예방은 꼭 필요하다”면서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회원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발생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주변에서 꾸준한 관심을 주어 건강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돕는 것이 이들 법사랑위원의 책임이다. 한 시간 가량 함양의 곳곳을 돌며 오후 10시 하림 공원에 도착했다. 길가에는 ‘로드킬’을 당한 너구리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위원들은 차량에서 내려 차에 치인 너구리를 길가로 치웠다. “밤길 운전하다 저렇게 죽어있는 동물을 보고 피하려다가 오히려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금 우리가 봤으니 치워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길에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는 소외지역 쓰레기 등도 직접 읍사무소에 연락을 취한다. 법사랑위원 야간 순찰활동은 청소년의 비행 예방활동을 비롯해 심야의 함양거리를 안전한 환경으로 가꾸는데 의미를 둔다. 야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 안전에 선도적 역할을 한다. 오후 9시부터 11시가 가까운 시간까지 취재진과 순찰을 마무리 했다. 이들 위원들은 상림공원 순찰 이후 스포츠센터, 함양여중, 전통시장을 더 둘러보고서 2시간 30분이 걸린 순찰을 끝냈다. 거창지역(거창, 합천 ,함양) 법무부 법사랑위원 함양지구 협의회는 1998년 9월1일 창립한 이래 현재 47명의 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년마다 자격심사를 받는다. 벌금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자격은 자동적으로 상실된다. 법사랑 위원들이 법규를 준수하고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사회지도층’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법사랑위원들은 보호관찰 대상자 지도, 사회봉사명령 집행보조, 환경조사 보조 등 보호관찰 업무보조와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자 및 출소자에 대한 상담지도, 범죄예방을 위한 취업알선, 직업훈련, 원호 및 재정지원, 청소년 유해 업소 및 우범지역 순찰 범죄예방활동 전개, 청소년들의 정서순화를 위한 교육 및 예술 행사, 다문화 가족 초청행사, 결혼이주여성 지원 등 활발한 봉사 활동으로 광폭 행보를 펼치는 지역사회의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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