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는 벼가 익어 황금물결을 이루고 주변 산에는 조금씩 단풍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가을인데 정말 파란 하늘과 예쁜 산, 들판의 곡식들을 보니 가을이 더욱 풍요롭게 보입니다. 여름과 가을 두 번의 태풍이 지나갔지만 이곳 함양에는 큰 피해 없이 태풍이 무사히 지나 간 것도 큰 복이 아닌가 싶네요. 저희 집에는 밤 수확도 끝이 나고 이제 유통시설 공사만 잘 마무리되면 모든 게 순조로울 듯 싶습니다. 엊그제는 한남마을에서 마을분들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다녀 왔답니다. 마을 사업의 하나로 견학을 다녀 왔지만 저에게는 모처럼 만의 휴식, 힐링의 시간이었답니다. 이장님과 연고가 있는 여수 금오도를 다녀왔는데 차타고, 배타고, 맛난 것도 먹고, 딸아이 민소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냈답니다. 남편은 유통시설 공사일과 밤 포장, 택배 보내는 바쁜 일정으로 함께 가지 못했는데 언제 시간 되면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보면 좋을 듯 싶더라고요. 그동안 너무 바쁘게 일만 하고 사시던 마을 할머니들이 여행을 떠나니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의 마음도 모처럼 삶의 여유를 느끼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돈, 일 이러한 것에만 너무 매달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되었답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은 결국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같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을 봐도 각자의 자기 삶이 있고, 어딘가를 여행하다보면 그곳 사람들만의 살아가는 특성이 각각 있는 것 같더군요. 한국에 시집와서 10년이 되었고, 먹고 살아가는 여유도 네팔 고향에서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풍요롭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행복 지수는 추억속의 네팔 고향에서의 삶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네요. 어찌보면 유년의 추억이고 삶의 고난이 없던 어린 시절의 부모님 울타리에서 보호받던 추억이어서 그렇게 좋게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지금도 가끔 고향을 가보면 그곳에는 한국처럼 급하게 ‘빨리빨리’는 없는 것 같았으니까요. 한국에서의 삶을 딱히 규정하지는 못하겠지만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하고, 경쟁이 치열하고, 먹고 살만한데도 마음은 항상 불안한 뭔가가 있는~ 그런 삶이 느껴지거든요. 남편 이야기로는 한국은 전쟁을 수없이 치른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그렇다더군요. 오늘 준비해 두지 못하면 내일 굶어야 하는 치열한 삶을 살아온 생존의 역사. 그래서 음식도 장류가 발달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류, 장아찌, 말린 건나물 등. 그러고보니 한국에 와서 간장과 된장, 고추장 만드는 법을 모두 배웠네요. 웬만한 장아찌류도 모두 담그고 김치찌개, 된장찌개는 기본이고 매운탕, 어탕 해물탕까지. 집밥을 좋아하는 남편의 식습관 때문에 집에는 항상 온갖 생선류, 마른반찬류, 장아찌류, 건나물류 등 웬만한 한식집에 있는 것은 모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큰집으로 옮기게 되면 냉장고부터 큰 걸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온갖 살림살이의 자잘한 물건들 진열할 진열장도 있어야겠더라고요. 집안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남편은 괜히 신경질이 나나 봐요. 하는 일이 많은 남편 자신이 정신이 없으니 집안에서만큼은 깔끔하게 정리된 걸 원하나 싶어서 어찌보면 이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집안일이 남자들이 보듯 그렇게 간단치가 않거든요. 두 아이 아침 챙겨 먹이고 옷 입히고, 빨래하고, 집 정리 청소, 어린이집 다녀온 아이 씻기고, 빨래, 청소, 밥하고, 그렇다고 집안일만 하나요. 농사일에 밤 선별, 택배 포장하는 일까지 모두 하거든요. 그러니 모처럼 여행을 가면 정말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또 가고 싶네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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