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옥 건축으로 사업 확대, 20년간 전국에 600여 채 ‘상량’ “갈구리(갈퀴)가 작아 다 못 긁어모았지 한창 때는 정말 엄청나게 벌었다. 빌려 주고 못 받은 돈, 보증 잘못 서서 갚아준 돈, 미수금 등 이것만 모았어도 함양에서 몇 번째 부자는 됐을 거다.” 함양군 함양읍 이은농공단지 내 동아제재소 정만식(62) 대표는 선친의 갑작스런 부고로 30대 초반에 뜻하지 않게 가업을 이어받았다. 젊은 나이에 많은 돈도 벌었다.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마저 거의 탕진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사양길에 접어든 가업을 일으키며 한옥 건축으로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한 덕에 먹고 살만은 하다”는 그는 “큰 욕심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한옥 수요가 많아 질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만식 대표는 지곡면 공배마을에서 함양축협조합장 3선을 지낸 고(故) 정진기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까지 함양에서 학업을 마치고 경남대에 진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1986년 대학을 졸업하고 감정평가사 1차 시험에 합격한 뒤 한국감정평가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었다. 그는 연수 중에 평가원 직원으로 채용됐다. 평가원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2차 최종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다. 함양축협조합장이셨던 부친에게 연락이 왔다. 시험은 잠시 미루고 선친이 운영하던 제재소를 1년만 운영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선친의 부름을 거역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건강이 좋지 못했던 부친은 1988년 54세의 젊은 나이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0년 동안 부친이 운영하던 동아제재소를 물려받아 이제는 함양군과 산청군의 유일한 제재소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가업으로 물려받은 만큼 힘닿는 데까지 제재소를 운영할 생각”이라면서도 “제재업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아 언제까지가 운영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제재소 운영의 애로를 토로했다. 그는 “선친이 처음 동아제재소를 시작했던 1970년대 후반에는 거액을 주고 허가권을 사고 팔았다”고 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재소가 괜찮았다”는 그는 “어려서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데다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벌다보니 돈 귀한 줄 몰랐다”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있는 돈 좀 빌려달라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느냐.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냐. 내가 순진한 바보였다”며 “마음을 비우고 미련도 버렸지만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정 대표는 현금으로 갚아준 돈뿐만 아니라 경매나 공매로 헐값에 처분된 부동산도 수십억원이라고 했다. 실의에 빠져 한때 방황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한옥건축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벌써 20년이 됐다. 목수, 미장공 등 숙련된 기능공 10여명이 팀을 이뤄 전통 한옥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팀원 상당수는 각 분야별 문화재 보수 기능인 자격을 가졌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모두 600여 채의 한옥을 지었다. 남계서원 선비문화체험관, 용인민속촌, 산청동의보감촌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한옥은 물론, 일반 주거용 한옥에 이르기까지 모든 한옥을 시공한다. 제재소를 운영하면서 30년을 나무와 함께한 정 대표는 한옥건축박람회에 참가해 동아제재소의 한옥건축을 홍보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제재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며 “40년 가업을 잇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 했다. 동아제재소는 산업용 나무 파레트와 한옥용 목재 등 다양한 제재목과 제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2000만원 짜리 몸값을 자랑하는 500년생 소나무 원목을 비롯해 사찰이나 옛 한옥을 철거한 보와 서까래, 나무 문 등으로 동아제재소 목재 창고는 가득 차 있다. 이들 목재는 정 대표가 애지중지하는 보물이자 새로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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