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은 꿈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살라고 중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지겹도록 듣는다. 너희 때는 한창 젊고 자유롭게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며 교복이라는 족쇄를 함께 내민다. 통기성, 기능성, 신축성, 그 무엇도 없는 비싸기만 한 교복을 입고 공부한 지난 5년간의 시간들이 나의 학창 시절의 전부라면, 그리고 그것들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면 나는 단호하게 내 세대에서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1800년대부터 시작된 학생들만의 족쇄, 교복은 무슨 문제점들이 있는 것일까?
지난 5년간 교복을 입고 하루의 절반을 살아 본 학생으로서, 교복의 문제점들을 표로 정리해 보았다. 교복을 옹호하는 입장의 주된 근거는 ‘단정함’이다. 교복을 입어야만 통일되어 보이고 단정해 보이고, 그것이 학생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럼 교복을 입지 않으면, 혹은 단정하지 않으면 학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일까? 단정함의 반대말은 ‘남루하다’, ‘요란하다’ 따위가 아니라 ‘개성’이다. 이정도의 개성조차 키워주지 못할 거면, 지켜주지도 못할 거면 자유학기제는 무슨 이유로 있으며 ‘학생의 개성과 꿈을 키우는 학교’라는 슬로건은 무슨 양심으로 달고 있는가? 영하 15도에 치마를 입는 것이 학생답다면 교사들도 ‘교사다운’ 복장을 정해두면 어떨까? 유니폼은 학생만 입으라는 법 있나. 방한을 고려하지 않은 옷으로, 남교사도 겨울에 단정하게 정해진 반바지를 입으라고 한다면 한 시간도 안가서 인권침해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복장을 통제하는 것으로 학생을 통제해야 학교와 교사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어설픈 사고방식도 황당하지만, 학생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의무인 사람들이 학생의 건강권보다 다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매우 파렴치한 행태이다. 애초에 교복 자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렇게 거창한 가치도, 그리고 꼭 지켜야 할 전통도 아니다.
우리는 입시를 목표로 공부를 하는 학생이다. 입시 공부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꾸준함과 인내력으로 버티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의 교복은 장시간 공부에 제약을 준다. 유아 사이즈와 다름없는 여학생의 블라우스는 기지개조차 못 펼 정도로 타이트하며, 남학생들의 바지는 금방 닳아 쉽게 헤진다. 교복은 한번 맞추면 기본 30만원이 넘어가며, 못해도 두 벌 정도는 구입해야 3년을 겨우 버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운운하며 교복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 없게 들린다. 따라서 학생의 건강과 공부의 능률성을 고려하여 현재의 교복이 아니라 대체 교복을 도입하는 것이 올바를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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