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시장의 최대 대목인 추석 성수기가 돌아왔지만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함양군 특산물 중 하나인 사과의 경우 거듭된 자연재해의 직격탄을 맞아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봄 꽃피는 시기에 찾아온 이상저온으로 냉해피해를 입었고 여름에는 111년 만에 찾아온 폭염과 가뭄으로 일소(日燒·햇볕 데임) 피해를 당했다. 봄철 냉해로 예년보다 착과율은 20%가량 낮아졌다. 생육기 폭염으로 일소현상이 나타났고 일소피해를 입지 않았던 과실도 수확기에 내린 잦은 비로 과실이 쪼개지는 열과(裂果)현상이 나타나 상품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추석을 앞두고 최근 수확을 끝낸 조생종 ‘홍로’는 평년 보다 수확량이 30%이상 줄어들었다. 그루당 20~30%이던 최상품 수확량도 10%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농가소득은 반토막 나 한해 농사를 망친 과수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0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하는 만생종 부사의 경우 현재까지는 홍로보다는 피해는 덜한 상태이다. 부사도 봄 냉해와 여름 폭염피해를 입었지만 올해 생산량은 예년보다 20~2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가을철 강우량이 많아지면서 탄저병과 갈색무늬병이 나타나고 있고 수확 전까지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면 병해방제를 한다하더라도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노심초사하고 있다.
수확량 감소와 품질저하로 사과 가격도 크게 올랐다. 홍로는 지난해 ㎏당 1만원하던 최상품이 1만2000원으로 20% 올랐다. 상품은 경매시장에서 10㎏ 한상자에 5~6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만5000원 가량 가격이 올랐다. 하품의 경우 한상자에 4000원에 경락되는 등 상품과 하품의 가격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수동면 하교마을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이찬(30)씨는 “올해는 봄철 냉해로 착과율이 떨어진데다 여름철 폭염과 가뭄, 가을비로 수확량과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한숨을 지었다. 그는 “최근 수확을 끝낸 홍로는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으로 보면 30% 넘게 줄었다”며 “수확한 사과도 상품성이 떨어져 공판장에서 받아주지 않아 그대로 버린 사과만 100상자(상자당 18㎏)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열과현상뿐 아니라 빨갛게 익어야할 사과가 표면에 왁스층이 형성되면서 누렇게 변하고 기름이 생겨 주스용으로도 판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근 사과 주산지인 도북마을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권모(53)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0년 넘게 사과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같이 이상기후가 반복된 적은 없다”면서 “사과 가격이 올라 농가소득에는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직적인 수익은 크게 줄었다”고 했다. 그는 “농약값 등 재료비에 인건비를 빼고 나면 올 농사는 오히려 적자다”며 “냉해피해는 올해 한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이라 더 걱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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