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의 일이다. 천안에 있는 학교에 다닐 때 있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느 날 그 학교의 학생처장이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툭 던진 말이다. “여러분은 이 학교의 참된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지고는 빙긋이 웃었다. 짧은 순간 이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가고 있었다. 자기는 이 학교의 참된 주인은 원장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자기가 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학교의 주인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런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은 학교를 사랑하고, 학교를 아끼며 학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고 하였는데 공감이 되는 말씀이었다. 그런 사람은 학교 길에 떨어져 있는 휴지를 스스로 줍는다. 자기가 사용하고 있는 학교기물들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면 그런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청소는 미화원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기 편한 방식대로 생활하기가 다반사이다. 우리 사람들은 타고난 본성이 이타적이기 보다는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세월이 갈수록 더 많이 든다. 팔이 안으로 굽듯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안위와 유익을 먼저 구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꼭 자신에게도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평일에는 천안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 되면 함양으로 내려온다. 천안에서 사는 곳도 변두리여서 시내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하고 깨끗한 편이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가 건물 앞에 있어서 공기가 그렇게 맑지는 않다. 집 뒤편에 등산하기 좋은 산이 있어서 한 번씩 올라가면 공기가 쾌쾌하고 그렇게 산뜻하지가 않다. 24시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이 고스란히 바람을 타고 날려 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가 주말에 고향에 내려오면 먼저 가슴이 시원하다. 맑고 맑은 공기가 차창으로 들어오면 온 몸이 상쾌해진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1시간 정도 산책을 하는 그 맛은 우리 함양에 사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몇 주 전에도 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옆 마을에 살고 있는 선배를 만났다. 이런 저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선배가 길 건너편을 가리키면서 저기 가서 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하였다. 그 선배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무더위를 피해 타 지역에서 이곳으로 피서를 온 자동차 여러 대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침을 준비하는지 물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차 옆에는 그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풀밭에 어지러이 늘려 있었다. 그 선배는 “놀러 오는 것은 좋지만 놀러 와서 자기들이 만든 쓰레기를 저렇게 해 놓아서야 되겠어! 깨끗하게 치워야지! 내가 가서 이야기를 해야겠다”며 그들에게 다가 갔다. 총총히 걸어가는 그 선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당신이 이 지역의 참된 주인입니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요즈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일에 조금이라도 간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자신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일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괜히 싸움이 나면 얻을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에 관여하는 것은 결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서야 할 때는 나서는 용기도 필요하다. 특별히 일부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거나 공공의 권익을 해친다면 그것을 지적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지역에 가면 함양사람으로 통한다. 누군가 우리를 보고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함양에 산다고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곳에 산다고 한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라는 뜻일 게다. 이 좋은 함양을 우리들이 가꾸고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4만여 함양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청정 함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결코 아니며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함양의 진정한 주인도 “내가 함양의 주인이다”라는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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