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온지도 어느덧 2주가 되었네요. 아빠가 연세도 있으시고 몸이 좋지 않아 겸사겸사 다니러 왔는데 생각보다 건강하신 듯 하여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네요. 온 가족이 2년 주기로 네팔에 왔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 학교 문제와 경비 문제를 비롯해 급박한 상황이어서 혼자 왔는데 이왕 고향에 온 김에 더 있으려 했으나 두 아이가 보고 싶어 더 있고 싶어도 있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어떤 면에서는 짧고 또 한편 길게 느껴지던 2주째인 내일 다시 두 아이와 남편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간답니다. 고향과 부모님이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고향 부모님을 만나고 헤어질 때면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를 연세 있으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네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이게 제 운명인걸요. 이미 한국에는 두 아이와 남편이 살고 있고 부모님은 이렇게 가끔씩이나마 만나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요. 네팔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땅값은 서민이 꿈꾸기 힘들만큼 급속도로 오르고 경제는 잰걸음인거 같네요. 도로 포장도 아직은 너무 열악하고 길거리의 환경도 그렇고 물, 전기, 기름은 여전히 귀한 형편이네요. 한국은 도로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전기, 물 등 사람 사는 필수 요소들이 너무나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고향 네팔도 하루빨리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리 된다면 한국의 가족들과 네팔에서 살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이 어릴 때 한국으로 시집왔지만 한국의 경제가 부럽지만 그래도 고향은 매번 올 때마다 좋더라고요. 어릴 때의 행복했던 순간들.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놀던 기억들. 한국에 시집와서는 모든 게 풍부한데도 뭔가 허전하고 뭔가 힘들었던 기억들이 많네요. 이국만리 타향이라는 생각으로 아직도 어쩌면 온전히 한국사람이 되지 못해서일까요? 저의 결혼 이주 여성 친구들 중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한국의 가정을 버리고 다시 고향으로 가거나 한국에서 살더라도 혼자 멀리 나가서 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많더라고요. 같은 한국사람끼리도 가정이 깨지고 하는데 하물며 문화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미래에 대한 꿈도 다르고 특히 부모님 가족 간의 유대나 언어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단절되다보니 더 심한 게 아닌가 생각해 볼 때가 많았답니다. 만약 부모님과의 대화가 되고 친정 식구들과 남편과의 대화가 되고 서로가 평소에 안부를 공유하고 서로의 삶을 공유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면서 이런 문제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하는 힘든 일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답니다. 한국은 빨리빨리를 좋아하고 어떤 면에서는 목숨 걸고 돈에 매달리기도 하고. 네팔에서는 어찌해 볼 수가 없고, 노력할만한 것도 없어서 경쟁도 치열하지 않고 어쩌면 그래서 자기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경쟁에서 뒤처지면 정말 낙오되어 불행해진다는 생각으로 너무 처절하게 서로가 경쟁하고 어떤 면에서는 친구끼리도 시기, 질투하고 한편으로는 친구가 잘못될 때 뒤에서 웃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네팔에 와서 생각해보니 한국은 고속 열차를 타고 달리고 네팔은 소를 타고 가는 삶이라 느껴지더라고요. 어느 것이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행복하고 부러워 보일 테지만 다 가질 수는 없겠지만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면 하는 소망을 꿈꾸면서 2주간의 긴 여정을 끝내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주간함양 독자님 한국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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