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덕’ 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습니까? 2010년대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라면 대다수 고개를 끄덕이시겠지만 그 이전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에게는 꽤나 생소한 단어지요.‘오덕’이라 함은, 일본의 1970년대 신조어 ‘오타쿠(おたく)’에서 유래한 단어로써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좋아하여 소비하는 사람을 의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차츰 변질되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냥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으로 그 의미가 고착화 된 보통명사입니다. ‘오덕’의 종류는 필자가 구분하기에 크게 약 3가지 갈래로 분화될 수 있습니다. 먼저 전통적인 의미에 해당하는 오덕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만화에 대한 매니아로 초창기 오덕문화를 이끌었던 이 분야의 선구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2차원 속의 존재에만 집착하던 풍조에서 벗어나 현실의 우상에 대한 동경으로 만들어진 연예인 및 아이돌을 추종하는 오덕이며 셋째는 그 외의 범주를 구분하기 힘든 신변잡기(철도, 밀리터리, 지리, IT분야 등)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기타 다양한 오덕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오덕 문화는 특정 대상에 집착하고 몰두 한다는 특성상 각 분야마다 소수의 인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주류문화를 이루지 못하며 대부분이 비주류 문화에 속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오덕문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대에 상관없이 학창시절 이런 격언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시죠? “노력하는 자 위에 즐기는 자가 있고 즐기는 자 위에 미치는 자가 있다.” 제 아무리 해보려고 노력해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취하기 힘들지만 반대로 즐기거나 좋아하는 것은 비교적 성취하기 쉽다고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재주가 아무리 출중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떤 분야에서는 천학비재(淺學菲才)가 더 뛰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오덕문화는 바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합니다. 현대 사회가 분화되고 개개인이 공동체적 유대로부터 벗어나게 됨으로써 불가피한 경쟁구도가 심해지고 이에 적응할 필요가 생김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특정 방면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다는 것이 오덕문화의 배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이러한 특정 오덕문화에 대하여 하나의 카테고리에 몰두하거나 심취하는 것은 비주류문화가 주류문화의 통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국민정서를 부정하고 거시적으로는 사회의 균형을 흩트리는 반(反)문화 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서브컬쳐(비주류)에 대하여 백안시 하는 중심주의적 사고이며 오덕문화야 말로 사회적 상호 작용과 경쟁 속에서 자연 발생하는 미필적 도태에 대한 방지책으로, 나아가 특정 분야에 전문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사회적 자원을 극대화하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개 청소년 문화의 하위문화처럼 느껴지지만 오덕문화는 지금 청소년들의 관심사와 흥미를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적 지표이자 공동체 결성의 근간입니다. 그 대상은 앞서 말한 애니메이션, 아이돌, 운동 등 무엇이든지 될 수 있지만 무언가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개척한다면 취미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이거니와 삶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도 향상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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