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선배 목사님이 보내온 카톡 사진에서 갓 태어난 손주를 너무나 행복한 모습으로 안고 있는 얼굴에서 웃음이 나왔다. 필자에게도 3명의 딸이 있다. 이 아이들에게 나는 응원을 한다. 한 명씩 4명의 아이를 낳아서 이스라엘의 12지파처럼 키우자는 응원이다. 아이들은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그것을 실현가능하기 위해 다시 약속을 한다. 너희들이 아이를 낳으면 아빠와 엄마가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래야 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에 의하면 맞벌이 부부가 기르는 미취학 아이 열에 여섯이 조부모 손에 자라는데, ‘황혼 육아’ 비율이 2009년 34%에서 2015년 64%로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까지 ‘할머니 인프라’에 기댈 거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농촌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에도 이런 현상은 이젠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어느 교육자가 한 말이 아이는 엄마나 할머니에게서 양육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아빠나 할아버지는 육아교육에 있어 부족한 면이 많기 때문에 모성애가 강한 여성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성서의 출애굽기에 보면 노예 살이 하던 이스라엘이 점점 강성해진 이유는 남성이 아닌 여성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여성들이 출애굽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인물인 모세를 살리고 양육하고 세우는 역할을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과히 여성들의 힘을 짐작하게 한다.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럼 왜 꼭 엄마 아니면 할머니인가? ‘양육 본능’을 연구하던 미국 과학자들은 ‘옥시토신’ 호르몬에서 원인을 찾았다고 한다. 그 덕에 임신을 유지하고, 젖을 돌게 하고, 양육 본능을 만드는데, 아내가 배고픈 남편을 챙겨 먹이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고도 밝혔다. 딸이 20~30대 출산 적령기 때 그 딸의 엄마가 폐경을 시작하는 ‘인생 시계’를 의미 있게 본 과학자도 있다. 폐경하는 포유류는 들쇠고래·범고래·인간뿐이다. 미국 인류학자는 ‘할머니 이론’으로 설명하기를 노산의 위험보다는 자식이 자식을 낳도록 이끌고 보살피는 게 종족 번식에 낫기에 그리 살아왔다고 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아는바와 같이 염소·기린·사슴·얼룩말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서고 하루 안에 걸어 다닌다. 하지만 인간은 1년 가까이 걸린다. 인간은 ‘지능 발달’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더 오래 ‘양육’받도록 창조되었다. 양육 책임은 생육하고 번성하는 축복의 시작점이다. 지금껏 인류 공동체가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적은 없다. 이스라엘 ‘키부츠’도 공동 육아를 공식 폐지했다. 손주 안아주다 손목건초염·손목터널증후군에 시달려도 그리고 “돈 되는 짐승을 키우지 외손주를 키우냐” “손주 키운 공은 없다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할머니만큼 아이를 지극정성 돌봐줄 ‘타인’은 없다. 필자도 어렸을 적 외할머니와 여행도 가고 함께 지냈던 추억의 시간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외할머니의 숨결은 어머니와 같다. 어린 나를 많은 교훈으로 가르쳐 주신 외할머니의 따스한 품성은 나의 성품을 만들어 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문제는 ‘할머니 인프라’는 지속 가능 모델이 아닌 데에 있다. 지금 ‘할머니 예비군’인 5060 여성은 7080여성과 또 다르다. 최근에 손주를 돌보겠는가? 조부모 500명에게 물었더니 ‘그만 봐도 된다면 (손주 보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답이 73.8%나 됐다. ‘딸에게 결혼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는 5060도 흔하다. 그들이 손주 키우다 앓아눕는 ‘손주병’을 감내할 가능성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이 통계가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호주는 ‘조부모 아이 돌봄수당’을 준다. 시간당 1000원도 안 되지만 ‘손주는 정(情)으로 봐준다’는 생각을 깼다. 일본도 3대가 살 집을 신축·개조하면 나라가 보조금을 준다. 자식도 부모의 시간과 노력을 다른 걸로 보충해줘야 한다. 애굽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 모세를 그의 어머니는 그가 젖먹이 때 공주에게서 돈을 받아가며 키워낸 일화가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오랜 삶 속에서 나오는 지혜를 배워가며 자란 아이들은 다음 세대의 주인공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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