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잠자던 고량주를 깨웠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인양 3년 동안 벽난로위에서 고이 잠자던 고량주에 입맞춤을 하자 술이 깨어났다.축구 결승전 그것도 일본과의 경기를 보는데 맹숭맹숭하게 볼 수는 없다. 아내와 아들은 맥주를 마시고 나는 한 골에 고량주 한잔으로 엄격하게 규칙을 정했다. 나는 술에 대한 경지는 없지만 이 고량주는 참으로 향긋하다.경기가 잘 안 풀려 이러다 한 잔도 못 마시는 게 아닌가 초조해하던 연장 전반, 일본킬러 이승우가 왼발로 애태우던 첫 골을 넣어 드뎌 한 잔 마셨다. 짜릿하게. 이어 그동안 욕먹던 황희찬이 드론처럼 부웅 솟아올라 머리로 추가골을 박아 넣었다. 이건 호날두급 헤딩이라고~앗싸라삐야~ 나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두 번 째 잔을 마셨다. 향기로웠다.경기가 이대로 끝났으면 고량주도 두 잔으로 끝났을 텐데, 우리가 한 골을 먹는 바람에 한 잔 더 마셔야했다. 세 번 째 잔은 도발적이었다. 축구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었지만 세 번 째 잔 이후 한골에 한잔이라는 나의 규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건 내가 규칙을 어겼다기보다 술의 고유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결코 내가 축구를 핑계로 술을 마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장하는 것이다. 우기는 것이다.) 세 번 째 잔의 도발에 자극을 받은 나는 네 번째 다섯 번째 잔으로 응수했고 경기가 금메달 확정으로 끝나자 잔 수를 세는 게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앗싸~부어라~마셔라~덩실덩실~ 나는 결단코 한 골에 한잔 마시는 그런 쪼잔한 남자가 아닌 것이다. 안주는 감말랭이로.(제기랄~ 곶감쟁이 이야기는 언제가 기승전감이다.)2.신에겐 아직 녹슨 낫이 한 자루 있사옵니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옵니다...폭염 탓하며 장마 탓하며 한동안 감나무 과수원에 풀을 베지 못했더니 상황이 심각하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감나무들은 풀의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이다. 다도해가 산에도 있을 수 있구나.드뎌 결전의 날이 왔다. 도무지 용납이 되지 않는 상황에 나는 분연히 낫을 빼들었다. 전황은 나에게 턱없이 불리해 보였지만 더 이상 물러설 데는 없다. 관운장이 홀로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듯 홀로 낫을 들고 외롭게 싸웠다. 감나무를 감고 올라간 환삼덩굴, 칡덩굴, 사위질빵과의 전투는 끝없이 이어졌다. 전과는 있었지만 이건 원래 이기고 짐이 없는 싸움이다. 결국 종전선언을 했다. 내가 감을 수확하는데 방해를 하지 않는 한 나도 풀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이제 그렇게 고대하던 평화가 오고 모두의 행복과 번영이 이어질 것이다.한낱 시골농부의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트럼프씨는 한번 쯤 관심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잔머리 그만 굴리고 말이다. 오늘 특사가 종전선언 중재안 들고 평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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