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괌, 라오스, 일본,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방콕, 대만.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해외여행을 간 나라들이다. 이 여행들의 가장 큰 영향은 아빠인 것 같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무척 좋아하시는 우리 아빠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할머니를 모시고 우리 가족들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첫 해외여행을 맛보게 해 주셨다. 어릴 적이라 잘은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서는 하루종일 물놀이만 했던 것 같다. 물놀이하고 먹고 놀고... 나의 첫 해외여행은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외갓집 식구들과 괌으로 여행을 갔다. 이 여행에서는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여행을 가기 전부터 많이 설레어 했었던 것 같다. 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그 나라의 영어캠프에 참가했던 일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아빠가 영어로 얘기하시고 직접 외국인이랑 얘기를 할 경우가 잘 없어서 그냥 놀기만 했었는데, 영어 캠프에는 말을 통역해 줄 사람도 없고 같이 참가한 아이들 중에서도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기 때문에 동생들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내가 다 그쪽의 선생님들께 전했던 것 같다. 아마 그때가 내가 학교 원어민 선생님을 제외한 외국인과 처음으로 영어로 대화를 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에 학교 원어민 선생님에게도 말걸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말을 건네는 것은 당연하게 어려워했고 무서운 일인 줄만 알고 한국에서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번 해외를 나가보니까 또 주위에는 나보다 어린 동생들밖에 없으니까 나도 모르게 자신감있게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 때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비행기가 착륙할 때 비행기 공포증을 겪게 되었다. 그 뒤로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많이 두려웠다.
그 다음으로는 라오스를 갔다. 추위를 많이 타는 엄마 덕분에 동남아에 있는 나라들을 많이 여행했다. 그 시작이 된 나라가 라오스이다. 그때 한창 TV에서 ‘꽃보다 청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했었기 때문에 라오스가 많은 한국인들의 여행지가 되었던 때다. TV에 나왔던 곳에도 갔다. ‘블루라군’ 이라는 예쁜 파란 빛을 가진 곳인데 우리가 갔었을 땐 그 전날 비가오는 바람에 파란 빛을 보지는 못했다. ‘꽃보다 청춘’을 즐겨봤던 한 시청자로서 기대하고 갔었는데...그래도 재미있었다.
배를 타고 여행을 간 건 일본의 큐슈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 여행으로 갔었는데, 이 여행을 가고 나서 다시는 패키지로 여행을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시간에 쫓기는 여행이었고, 자유가 부족했던 여행으로 기억된다.
이 여행이 가장 좋았기도 하고 힘들었던 여행이다. 바로 한달 여행. 가족들과 함께 동남아의 주요 나라들을 여행했다. 한달동안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방콕까지. 처음에 아빠한테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이게 가능한 여행인가 싶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땐 또 다른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좋았다. 좋고 재미있었던 일들도 많았지만 그만큼 힘들고 아쉬웠던 일들도 있었다. 이 여행이 좋았던 이유는 멋진 곳들을 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가 된 것 같다. 예쁜 것들을 많이 보니까 나도 모르게 이 예쁜 것들을 나중에도 보고 싶어서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날이 한달 동안 쭉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남아시아라서 그런지 비가 자주 왔었고, 새해부터 등산가고, 날씨 더운데 계속 걸어 다니고, 버스 기다리고... 가장 힘들었던 날은 아팠을 때다. 누군가가 나에게 살면서 가장 아팠던 때를 물어본다면 그때라고 말할 것이다. 아직까지 그때의 아픔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몰겠다. 하지만 그 전날에 코코넛을 먹고 아팠기 때문에 지금도 난 그때의 아픔이 코코넛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글의 법칙’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면 코코넛을 아주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여서 한번 쯤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 봤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처음 코코넛을 보았을 때, 당연히 코코넛은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환상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정말 맛없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맛이 없을 수 있지? 대체 정글의 법칙에서는 이런 걸 먹을 수 있지? 정말 오만가지의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 날 난 죽을 듯이 아팠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차라리 내 목을 조르는 것이 덜 아팠다. 누워있으면 더 아팠다. 걸어다는 것이 숨을 쉬는 데에 편했다. 그래서 잠도 못 잤다. 하루종일 내 목을 조르면서 방 안에서 걸어다녔다. 그 행동을 취하는 것이 그나마 덜 아팠다. 먹지도 못했다. 체한 것 같이 배도 아팠다. 그때의 아픔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다음부턴 코코넛의 냄새만 맡아도 기겁했다. 지금도 코코넛이 그려져 있는 음료수라던가 과자같은 것은 먹지 못한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그냥 집에 가고 싶다. 한국으로 가고 싶다. 이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집에 가지 않아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아프고 난 뒤에 더 많은 곳을 다녔기 때문이다. 그 뒤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캄포디아에 있는 앙코르와트이다. 캄보디아 국기에 그려져 있는 곳이길래 얼마나 멋진 곳일까 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갔다. 국기에 그려져 있던 모양처럼 생겼다. 돌로 만든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건물의 크기가 정말 컸다.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정말 감탄사 밖에 안나왔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웠다. 정말 한걸음 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짜증이 났었고 가이드 아저씨가 해주시는 설명은 듣지도 않았다. 난 그때를 후회한다. 조금만 더 참고 열심히 들을 걸. 다음에 다시 나 혼자 가서 천천히 다시 그곳을 한번 더 돌아다녀보고 싶다.
한달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정말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여행을 더 해보고 싶었다. 더 예쁜 곳을 여행하고 싶었다. 만약에 사진을 찍고 싶어서, 예쁜 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난 일본을 추천한다.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갔었다. 난 개인적으로 일본의 특유의 분위기와 풍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특히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재미있게 놀았다. 해리포터쪽을 정말 기대하고 갔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내가 탔던 놀이기구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다시 한번 더 타보고 싶다. 그리고 일본의 음식들을 많이 먹어보았다. 오코노미야기, 우동, 라멘, 타코야끼, 볶음 우동, 스시, 고베규카츠, 장어 덮밥 등 진짜 내가 먹고 싶었던 것들을 다 먹어봤다. 정말 먹을 때마다 행복했다. 특히 의외로 맛있었던 음식은 편의점 음식들이었다. 일본을 가는 사람들은 스시나 라멘 같은 것들도 먹어야하는데 난 일본 편의점의 계란 샌드위치를 적극 추천한다.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편의점 샌드위치를 먹어본 적이 없다. 일본에서 다시 한번 더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1월달에 대만을 다녀왔다. 시간상으로는 2018년도의 1월에 다녀왔지만, 머릿속에서는 한참 전에 다녀온 것 같다. 일본에 이어서 대만에서도 사진으로 그때를 하나하나씩 담았다. 가장 예뻤고 다시 한번 더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지우펀 이라는 곳이다. 빨간 등불들이 길을 만들고 있는데 사진 찍기에 너무 예뻤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많았고 비가 와서 많은 것을 구경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사진을 찍는 데에도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혼자 날씨 좋고 사람들이 없을 때 가서 더 예쁜 사진들을 찍고 싶다.
난 여행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좋아하게 되었다. 원래 엄마를 많이 닮아서 난 전형적인 집순이다. 집에서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하지만 아빠의 손에 이끌려 많은 곳을 돌아다녀보니까 세상을 돌아다는 일은 멋진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많은 여행들은 나에게 새로운 꿈을 만들어주었다. 여행을 많이 하게 되면서 사진을 찍는 좋은 취미를 만들었고 나만의 여행 사진집을 만들고자 하는 꿈이 생겼다. 또 다음에는 나 혼자 많은 곳을 여행해 보고 싶다. 카메라와 함께. 지금까지는 자그마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나만의 카메라를 하나 장만하여 사진과 영상을 찍으면서 자유롭게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여행들로부터 얻게 된 나의 또 하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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