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 둔 꿈이 있습니까? 저는 학창시절엔 멘델과 같은 유전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학력고사 성적이 가고자 하는 대학교에 갈만큼 나오지 않아 꿈을 접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용돈벌이로 하던 건축 목수일에 매력을 느껴졌으나 장가를 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해서 또 접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서 은퇴하면 남은 반의 인생은 접어 두었던 꿈을 실현하려 합니다. 꼭 집을 짓는 목수가 아니더라도 꼼지락거리고 싶어서 밭에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를 지어 목공 작업실을 만들었습니다. 작년부터는 용접기도 장만하고, 대장간 놀이를 시작해서 근무하는 수련원에서 돈 들이기 애매한 틈새 공간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밭가에 돌담을 쌓으려고 돌 쪼는 공구도 사 모으고 있습니다.
어린이 연극을 하는 함양 교사극단 광대에서 가을 연극을 위해 더운 여름부터 준비에 한창입니다. 연극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소품이 필요하다고 하면 늘 기쁘게 만들어 줍니다. 어저께는 소달구지가 필요하다고 하여 읍내 철물점을 다 돌아다니면 수레바퀴 축 재료를 구하고, 나무를 잘라 붙여 달구지를 만들었습니다. 철물점에서 만난 지인에게 “뭐 그런 것까지 직접 만드냐. 다른 사람들도 먹고 살게 좀 사서 써라” 하는 쓴소리까지 들었지만, 뚝딱거리며 만드는 것이 취미 생활인데 돈까지 써가며 나의 취미를 빼앗길 순 없지요. 쓴소리 안 듣고 취미를 이어가기 위해 이리저리 행복한 구상을 해 봅니다.
‘집 가까운 곳에 널찍한 공간을 마련하여 조그만 공방 공간을 다섯 칸 쯤 만들어야지. 목공방, 철공 대장간은 필수이고, 친구를 위한 배관공방과 자수 바느질 방, 빵 굽는 화덕이 있는 야생차 공방도 누군가 하고 싶어 하면 만들어주어야지. 공방에는 빌려 쓸 수 있는 소소한 공구를 갖춰 놓아서 꼼지락거리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평생 한 번 쓸까 말까한 공구를 사 모아서 집 창고를 공구로 채워버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지?
우리 공방은 봉사 센터의 기능을 하도록 하여 어느 마을에 어느 할머니 집에 대문이 고장 났다더라 하는 사연이 접수되면 용접을 할 줄 아는 자원 봉사자를 모아서 가고, 마을 회관 앞에 바위가 걸리적거린다면 돌을 쪼갤 줄 아는 사람들을 모아서 가야지. 옆 마을 할아버지가 새 휴대폰을 샀는데 사용 방법을 잘 몰라 고생한다면 폰을 잘 다루는 분을 보내 드리면 어떨까. 공방이용을 완전 무료로 하면 활동 동력이 떨어지니까, 최소한의 사용료를 받는 게 관리하는 데도 좋겠다. 자원 봉사를 하는 분들이 기름 값이나 재료비는 보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의 모델을 빌려와서 최소한의 기금은 만드는 게 좋겠다...’
태풍 솔릭에 이은 폭우로 병곡 어느 마을에 산사태가 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농민회 밴드에서 알고 혹시나 도움이 필요할까 싶어 삽을 들고 나섰습니다. 다행히 군청에서 중장비를 지원하여 마땅히 힘쓸 일이 없게 되었지만 내 몸을 써서 일을 하는 것은 보람도 있는 일이고, 뚝딱뚝딱 만드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오래 된 꿈입니다.
오랜 세월 묻어두었던 꿈이 있으십니까? 100세 인생이라고 합니다. 현재 50세이시면 50년이 남았고, 70세이시면 30년이 남았습니다. 벌어놓은 돈만 풍족하게 쓰며 살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지만, 설령 돈이 있더라도 소비만 하고 살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지 않을까요?지금부터 준비하셔서 두 번째 인생에서는 묻어 둔 꿈을 꼭 꺼내서 행복하게 돈 버는 일 하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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