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인가 싶네요. 그토록 더웠던 여름날씨가 요 며칠사이에 시원해지고, 새벽이면 쌀쌀한 찬공기를 느끼게 됩니다. 지난 말복에는 저희 마을에서 여러 음식을 준비해 동네 어르신들과 나눠 먹었답니다. 근데 한국에서는 달력을 보면 입추, 말복, 쳐서 등 여러 절기를 표현한 문구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한국에 처음 온 몇해 정도는 저게 뭘까 하고 많이 궁금하였거든요. 근데 마을 어르신들이 자주 표현하시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는 음력이 있고, 음력으로 표현하는 절기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신기하게도 음력이 계절과 잘 맞고, 특히 입춘에는 개구리가 나온다더니 정말 그날만 되면 아무리 추운 날씨도 하루동안 따스하면서 개구리가 나오더라고요. 이제 더위는 한풀 꺾이고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선선하게 느껴지니 조금 살 것 같네요. 오히려 너무 추워지면 어떡하나 친구들과 걱정의 이야기도 나눠 보았답니다. 고향 네팔에는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한국만큼 춥지 않거든요. 더위도 물론 한국만큼은 아닌데 네팔에는 자외선이 강해서 얼굴이 까맣게 타는 경우는 많답니다. 그래서 네팔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대부분의 사람들의( 자외선이 네팔보다 약한 한국에서) 얼굴이 뽀얗게? 되는 듯 싶네요. 가을 가을하면 오색 단풍도 있고, 시원하고, 더운 여름으로부터 해방된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들판의 황금물결과 수확의 기쁨도 있지요. 저희도 밤 농사를 많이 하여 밤을 수확하고 판매하고 해마다 반복되는 일을 하지요. 남편은 요즘 밤산의 풀을 베고 있고 옥수수밭의 옥수수대를 베면서 무와 배추 심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수확의 기쁨이라지만 밤을 줍다보면 매번 허리도 아프고 힘들어서 하기 싫을 때가 많은데 올해는 또 어떻게 힘든 과정을 잘 극복할까 걱정입니다.농사일이 기계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밤 줍는 일은 오로지 사람 손으로 하여야 하니 여간 힘든게 아니거든요. 크기 선별은 기계가 한다지만 나머지 벌레 선별도 그렇고, 포장하는 일도 그렇고... 전국의 소비자분들에게 밤을 판매하다보니 벌레 가려내고 택배 포장하는 일도 하루의 반이 소요되는 힘든 일의 반복이랍니다. 유통시설이 완공되면 어느 정도의 기계로 할 수 있는 세척 등의 일은 기계로 하고 포장 과정도 조금 좋아질거라고 생각하는데 올해는 공사중이라 오히려 더 불편하게 일을 하게 될 듯 싶네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에고, 에고, 하시는 말씀들을 자주 듣곤 하는데 제가 요즘 그 말을 푸념하듯 가끔 하게 된답니다. 하지만 날씨가 시원해지고, 어딘가 나들이를 가도 좋을것만 같은 고추잠자리 날아 다니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 힘이 나네요. 풍성해지는 가을을 맞이하면서 마음도 풍성해지면 좋을 듯 싶어요. 주간함양 독자님...그리고 함양군민 여러분께서도 그렇게 되시길 빌께요. 이제 더위는 가고 시원한 가을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신데 대해 칭찬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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