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가 재결합했을 때 공연장 가득 노란풍선으로 수놓은 팬덤의 조직성과 열정에 놀란 적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일사분란하게 다시 모인 팬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의 노래에 열광해 본 적도, 팬이 되어 본 적도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러나 69년 내한했던 클리프 리처드의 공연에 상상을 초월했던 관객들의 열광을 신문기사로 접했던 때부터 팬덤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일말의 관심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런 와중에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영한 ‘방탄소년단(BTS)과 선한 아미’는 사회현상의 문제로 주시하며 시청했다. ‘아미ARMY’와 아미를 존재하게 만든 소셜 네트워크의 힘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등장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차트 1위(2018.6.2.)를 비롯, 2018 빌보드 뮤직어워드 2년 연속 탑소셜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저스트 비버를 제쳤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 상은 SNS계정 언급, 구글검색 횟수, 위키피디아 업데이트 수, 유튜브 ‘좋아요’와 조회수, 미국 음원사이트 스포티파이와 애플무직의 스트리밍 횟수까지 포함 전세계 뮤지선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방탄 소년단은 수상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소셜(SNS)이 정말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미 때문에 가능했다”
방탄소년단에게는 거대한 팬덤 아미ARMY가 있다. 아미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방탄소년단을 지키는 군대’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들은 방탄의 노래를 분석하고, 영상과 노래에 내포된 은유를 읽고 재해석을 하고, 방탄소년단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콘텐츠를 소비한다. 방탄소년단의 탑소셜아티스트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미이며, 아미는 소셜 네트워크 때문에 가능했다. 국적, 성별, 나이, 직업을 막론하고 미국을 비롯해서 이슬람국가까지 전 세계에 아미가 포진하고 있으며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을 검색하면 한글을 보기 힘들 정도로 외국 트위터리안들의 영어 멘션이 즐비하게 따라 나온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을 “우리들의 삶 자체”라고 표현하고 ‘뭔가 다르다’ ‘실제적인 주제로 노래한다’ ‘편견과 억압을 노래로 나타낸다’고 말한다. 인터뷰이(이탈리아 아미, 안젤라) 중에는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탄의 뮤직비디오 ‘봄날’을 한국의 정치사로 재해석한다고 말했다. 해석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이 인터뷰는 아미들이 방탄의 노래를 가볍게 소비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언론방송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개입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어 확산하고 소비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세상의 일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해시태그로 연대한다. 저널리스트들도 SNS를 주시하고 분석하며 기사로 재생산하는 시대다. 이제 다른 곳, 혹은 ‘너머’를 바라보며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을 폄훼하거나 돌려세우거나 백안시하는 풍조는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개인주의를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기존관념의 성역을 붕괴하고 있다.
매거진 B의 ISSUE NO. 68의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이다. B는 “언론이 바라본 해시태그의 문화적 영향력”에서 해시태그를 언급한 기사를 모아 “강력한 파워를 지닌 해시태그는 사람들의 대화와 문화 양상을 바꾸어놓았다”는 글을 소개했다. 사회가 변하면 개인도 변할 수 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은 젊은이들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낙후된 사고다. 그들에게서 변화하는 사회와 문화, 세계의 가치관, SNS의 진화와 작용을 동시에 봐야 한다. 변화하는 세계를 내다보지 않으면 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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