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곳이 경남 함양이고 대학도 부산에서 다녔기 때문에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은 지리적으로 지금도 많이 생소한 곳이다. 볼일이 있어 서울을 가거나 경기도 지역을 가면 아직도 동서남북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태어나 자란 곳이 자연과 어우러진 시골이라 그런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가는 곳마다 북적대는 인파들로 혼잡한 도시는 그렇게 썩 정서에 와 닿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화려한 조명들로 마치 빛의 축제를 여는 것 같은 도시의 휘황찬란한 야경보다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들의 향연이 훨씬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도 어려서부터 몸에 베여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 서울에 다녀 온 둘째 딸 아이가 서울은 너무 덥다며 자기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걸 보니 우리 아이도 어쩔 수 없이 산골소녀인가 보다. 경기도 평택에 일이 있어서 다녀왔는데 우리나라 전 지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평택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차역에서 내려 택시 승강장까지 걸어가는데 내리쬐는 햇볕이 얼마나 강렬한지 정말로 몸이 타는 것 같았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이지만 조금이라도 그늘이 있으면 저절로 그곳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많은 단체에서 기숙사를 빌려서 여름집회를 하는데 올해는 그 숫자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각 기숙사 호실에 에어컨이 없기 때문이다. 각 방마다 선풍기만 하나 있는데 그 선풍기로는 찜통 무더위를 감당하기가 힘들어 냉방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으로 여름 수련회 장소를 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요즈음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이 인내심이 없다기보다는 그만큼 지구온난화의영향으로 날씨가 더워졌다고 보아야 한다. 택시를 타고 기사님과 날씨이야기를 하던 중 기사님이 나이 많으신 한 분은 오늘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 분은 이전에 쿠웨이트에서 8년간 일한 적이 있는데 그 곳의 날씨에 비하면 이런 더위는 더위도 아니라고 하셨다고 하셨나 보다. 고국을 떠나 머나먼 곳에서 그 무더운 중동의 더위를 수년간이나 경험한 사람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공감이 되기는 하지만 그런 더위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그 분은 당시에는 어려웠겠지만 그 어려운 시기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이 무더위를 잘 견뎌나가시는 것이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면서 거리를 바라보았는데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마치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것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이런 더위를 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 부채를 부치면서 걷는 사람, 온 얼굴을 두건으로 감싸서 눈만 보이는 사람 등등.. 나름대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이 있었는데 이 더운 날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의 모습이다. 이 무더위에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도 얼굴은 전혀 찌푸린 인상이 아니라 행복한 모습이다. 이 더위보다 훨씬 더 뜨거운 두 사람의 사랑이 그들의 마음에 이글이글 불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들에게는 이 무더위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들에게도 어떤 것에 대한 그런 가슴에 불타는 열정이 있다면 훨씬 더 이 여름을 수월하게,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평택하면 수 년 동안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가 있다. 세월호 참사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이고 쉬이 잊혀 지지 않는 사건이다. 매스컴을 통해서 여러 가지 소식들을 접하기는 했지만 직접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기회에 추모관에라도 들러 꽃 한 송이라도 그들 앞에 바치며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늘 그 어린 청소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 삶속에 깊숙이 베여 있는 안전 불감증과 무사안일주의가 그런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그 책임을 세월호 선장이나 그 배의 회사 사장이나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특별히 그들보다 먼저 태어나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선배들인 우리가 빚어낸 산물이라고 볼 수가 있다. 물론 나 자신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오랫동안 뿌린 씨앗들이 싹이 나고 자라서 맺은 열매인지도 모른다. 고속도로에서 늘 100km 이하로 규정된 속도로 운행을 했는데 뒤에서 과속하는 차가 와서 내차를 들이받았다면 그것은 사고라고 할 수 있지만 항상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 이상으로 마치 자동차 경주를 하듯 과속하던 사람이 차선을 벗어나 중앙분리대를 받고 전복되었다면 그것은 “사고”라기보다는 “열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라기보다는 “열매”라는 생각에 시간이 흘러도 더 가슴이 미어지기만 한다. 그럼에도 더 큰 문제는 그런 엄청난 일이 발생했는데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공허한 메아리 같은 소리만 울려 퍼질 뿐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들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들 주변을 둘러보아도 변한 것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안전 불감증과 무사안일주의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계속 맴돌면서 때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평택에서 돌아오는 길의 이 무더위도 더 힘겹게 느껴진다.난생 처음 평택을 다녀오면서 참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충성된 사자는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누가 보든지 보지 않던지 자기가 맡은 일에, 또는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사소한 일에라도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는 충성된 자들이 많아져서 그들로 인하여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와 같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일이 많으면 이 무더위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함양도 이제 선거가 끝나고 새롭게 군정이 시작되었다. 지리산을 포함한 천혜의 지리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우리 함양이 삶과 무더위에 지쳐, 그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청정 함양”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함양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고개를 들어 파아란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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