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육박하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면서 함양군도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웃도는 등 불볕더위가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본지는 지난 8월2일 오후 2시 야외 일터에서 111년만의 무더위라는 기록적인 폭염에 맞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보았다. 실내에서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을 쐬며 일하는 것은 꿈꾸기 힘든 이들은 생계를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위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수박 한입 먹으면 더운 줄 몰라” 장날이면 제일약국 앞에서 망가진 신발을 말끔하게 수선해주는 김재호(92)씨가 60여 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날이 더워도 그늘에 앉아 있으니 견딜 만 하다고 말한다. “해마다 날이 더워지고 있는데 그늘에서 수박 한 입 먹으면 더운 줄 몰라.” 옆에서 장사하는 상인이 건네준 복 수박 한 조각을 베어 먹으며 그 만의 방법으로 더위를 이기고 있다. 김씨를 찾는 손님들도 오래된 단골이다. 신발 여러 켤레를 한 봉지에 담아와 그에게 몇십 년 동안 믿고 맡긴다고 한다. 모시옷에 부채는 필수 전귀분(81)·이정자(76)씨는 농사지은 농작물을 직접 팔러 장에 나왔다. 모시옷에 부채까지 무더운 여름 장사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했다. 수박, 참외, 옥수수, 자두 등 없는 게 없다. 두 사람은 이웃으로 언니 동생 하며 자매처럼 지내는 사이다. “요즘 너무 더워서 오전 5시가 되면 밭에 나가서 8시면 집에 들어와. 그 후에는 꼼짝도 못 해.”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있지만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온다”며 정성껏 지은 농작물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나와 있다. “작년 군대에서도 더웠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함양초등학교 공사현장에서 김모(24‧진주시)씨를 만났다. 야외에서 하는 일이라 폭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땀방울은 마를 새가 없다. 오전 8시부터 오후까지 일하고 있다는 김 씨는 군대생활을 떠올리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최악의 더위라고 하지만 작년에 군대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지 더운 건 똑같은 것 같다”라고 씩씩하게 말한다. “물도 자주 마시고 그늘을 찾아서 요령껏 일하고 있다”며 그의 일터에서의 상황을 설명했다.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함양초등학교에서부터 상림인근까지 아동 지킴이 순찰 활동을 하는 정영두(76)·박준영(76)씨. 학교폭력 예방활동 등 치안보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들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자신의 구역에서 함양을 지킨다. 노약자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을 발견하면 도움을 주거나 신고를 하고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뜨거운 햇빛에 거리를 순찰하니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오전에는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매일 지킴이 활동을 한다고 한다. 얼음 조각과 기다리는 손님 정모씨는 얼음 조각을 손에 쥐고 직접 키운 옥수수를 거리에서 판매한다. “농사 지은 것은 다 팔아야 해. 더워도 이렇게라도 나와서 팔아야지”라며 “작년에는 그래도 옥수수가 제법 팔렸는데 올해는 워낙 더워 옥수수를 찾는 사람이 잘 없는 것 같다”고 한다. 크고 알이 꽉 찬 찐 옥수수와 생옥수수를 재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며 얼음을 만지작거린다. “더우니까 옆에 생선을 파는 아저씨가 얼음을 하나 주어 손에 쥐고 있다”며 점점 녹아가는 얼음을 손에 소중히 쥐고 있다. “더위보다 먹고사는 문제” 극심한 더위에도 10년이 넘게 부지런히 폐지를 줍는 김모씨(75)다. 그동안 높게 쌓아 두었던 폐지를 다시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폭염에도 긴 바지와 긴소매 옷을 입어야 재활용품 등을 주워 담을 때 벌레나 날카로운 물질 등으로부터 안전하다. “작년보다 더 덥지. 더워도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하는데 뭐. 혼자 하는 일이라 더우면 잠깐 쉬었다 하고 그래”라며 더위보다 생계 걱정에 일을 쉬지 못한다. “시원한 물 한잔이 힘” 박영석(63)·조명수(64)씨는 상림의 정화를 위해 손수레를 끌며 돌을 줍고 있다. “시원한 물 한잔이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면서 얼음과 물을 보온병에 늘 가지고 다닌다. 나무 손질이며 청소 등 상림에 모든 일을 다 한다는 박 씨와 조 씨는 바라는 점이 있다. “매년 10개월씩 일을 하는데 기간이 끝나면 서류를 계속 넣어야 일을 할 수 있다”며 “정규직 전환을 더 시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날씨와 관계없이 종일 야외에 있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힘을 얻는 그들이다. 폭염 속 민원 현장 찾은 군의원 지난 6·13 선거에서 당선된 정현철(46) 군의원은 민원 현장 점검을 위해 거리에 나왔다. “가로등 때문에 주차장 설치가 어렵다는 민원이 있어 현장에 나와 봤다”면서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을 찾아 군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현장 중심의 민원 해결’이라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폭우 때도 배수로를 점검하고 거리에 쌓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곳곳을 발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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