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에 위치한, 한반도보다 1.5배 더 큰, 여름엔 20시간동안 해가 떠 있는, 겨울엔 4시간 만에 해가 지는, 늘 무뚝뚝하지만 순수한 심성을 가진 525만 명의 사람들이 사는, 스웨덴으로부터 700년간, 러시아로부터 120년간 식민통치를 받았던 농업국가...
핀란드는 국가투명성 지수 즉 반부패지수가 세계 1위이며 동시에 ‘세계 경제포럼’으로부터 국가경쟁력 1위의 나라로 평가받았다. 사회 지도층의 클린 리더십과 사회 구석구석을 꽉 채우고 있는 대학원 출신의 고급인력이 세계 1위 명성의 근간이다.
우리에게는 머나먼 산타클로스의 나라, 그저 소박하고 조용하기만 한 작은 나라가 그러한 괄목할 만한 저력있는 국가로서 세계적 인정을 받은 배경은 무엇일까?
이구동성의 대답은 핀란드의 교육정책이다. 핀란드의 교육정책은 세계적으로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영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되어 왔다. 시험과 평가가 없는 학제, 대학원까지의 100% 무상 교육. 사교육이 불필요한 공교육 성공케이스...
박정희정권 때부터 시작된 미국 교육시스템의 복사판인 한국교육정책은 지식주입형의 학습위에 경쟁과 시험을 통한 평가제도의 틀 안에서 아이들로 하여금 경쟁을 통해 고득점을 획득할 줄 아는 학생만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고 부추겨 왔다.
지난해는 정부에 의한 수능절대평가 과목을 영어/한국사 2과목에서 4과목으로 확대하자는 의안들을 둘러싸고 교육전문가들과 학교 현장에서는 변별력 저하의 우려를 표하면서 팽팽한 공론들이 오고 갔다. 이번 해에 정부에 의한 2022년 수능출제과목 구조개편안을 두고 정부가 수능 과목 전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려고 공론을 유도한다는 여론의 비판들이 만만치 않다.
도대체 변별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 여론의 당사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의구심이 든다. 변별력의 확실한 보증을 광고 문구로 하여 장사 이익을 취하는 자들 아니면 변별력을 통해서만 내 아이만이 다른 집 아이와는 차별이 분명한 1등급으로 분류되어 1류 대학을 가야 한다는 강남 어머니들 혹은 그 팔로우어머니들 아닐까?
5년 만에 한국에 들어와 필자가 가장 놀랐던 사실은 책방을 가득 찬 중고등학교 내신성적 대비책들이었다. 각 학년 각 학기마다의 중간·기말고사 대비용 참고서와 문제풀이 책들이 수십 개의 출판사별로 동네 책방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150 페이지 분량의 최고급 잉크와 종이질로 만들어진 그 책들은 겨우 1개월 정도 사용할 일회용 책들이었다. 매번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잘려 나갈 것이고 수만 톤의 쓰레기처리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하며 아이들은 책 속 지식의 귀중함을 깨닫기는커녕 시험스트레스의 애물단지인 그 책들을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쓰레기통 속에 쑤셔 넣는 일을 통쾌해 하고 있었다. 전국 수백만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이에 반해, 학생들의 학습능력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시험과 경쟁이 필요 없음을 분명히 입증해 온 핀란드는 이번에 또 혁신적인 교육 과정을 내놓았다. 즉, 2020년부터 수학, 영어, 과학의 현 과목들을 유럽공동체, 언어, 경제, 역사의 과목으로 새로 구성한다. 교실교육에서는 Play놀이라는 개념과 Dicussion 토론을 적극 활용하여 ‘배움의 기쁨’을 강조한다. 자연과 환경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을 실시간으로 교육 현장에 반영하기 위해 ‘현상에 입각한 학습’을 도입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의 변화를 스스로 시시각각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동체의 가치, 안전, 행복, 휴식, 협업을 중심 개념으로 하는 클러스터(Cluster) 교실을 디자인한다. 긍정적인 감정의 경험과 협력 체제, 상호 작용과 자유로운 창의성이 배움을 향상한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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