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그런 기사를 볼 수 있다. ‘모 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피해학생 자살’ 또는 ‘학교폭력 신고해도 의미없어... 2차 가해만 불러일으킬 뿐’과 같은 그런 흔한 기사들 말이다. 우리는 이런 기사를 읽고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뿐, 당신은 이런 기사를 보고 문제의식을 느끼는가?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할 방안을 찾으려 하는가? 학교폭력은 흔한 아침 뉴스의 한 부분일 뿐이고 내 아이 또는 나의 일도 아닐테고 우리에겐 이런 일 말고도 신경써야할 일이 너무도 많으니까. 그 일이 우리 아이에게 닥쳤을 때 우리는 당황한다. 어제까진 내 일이 아니었으니까. 분노를 느낄 것이고,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고, 아픔이 느껴질 것이다. 왜 하필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거냐며 하늘을 원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제야 문제의식을 느낀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받는다. 적어도 일년에 한 번쯤은 강당에 모여 그 지루한 강의를 졸면서 듣는다. ‘친구를 괴롭히면 안돼요. 장난이라도 당하는 사람이 힘들다면 그건 폭력이에요’ 같은 매년 바뀌지 않는 멘트를 들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강의를 하는 강사 또한 문제의식 따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그냥 해야하니까 하는 것이고 어차피 내가 강의하는 곳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정당화를 하면서 매번 똑같은 강의를 준비하고 강의 마지막엔 항상 여러분을 믿는다고 쐐기를 박아버린다.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대다수가 그렇다. 강의의 질이 어떻든 학교폭력예방교육은 어느 학교에서나 실시한다. 그러나 학교폭력 사후교육 같은 건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다. 예방교육은 하면서 실제로 학교폭력이 일어나고 난 뒤에는 일을 덮으려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을 갖지 않는듯하다. 교육 당국은 피해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인색하다. 피해자가 겪는 고통 외에도 또다른 문제는 존재한다. 이런 풍토 속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뉘우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당화 하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 피해자는 늘어만 갈 것이다. 학교폭력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생님, 부모님, 주위어른,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내 아이의, 또는 나의 일이 아니라고 무시해버린다면 학교폭력의 다음피해자는 누가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강의식 교육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의 인격과 의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문화 속에서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누구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한다. 누구도 절망적인 마음으로 학교를 다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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