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소식 못지 않게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기사가 있었다. 태국 치앙라이주 탐루엉 동굴에 고립됐던 유소년 축구팀 일행 13명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이었다. 야생 멧돼지(무 빠)라는 이름의 유소년 축구팀은 지난달 23일 동굴 탐험을 하던 중에 폭우로 인해서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하려고 동굴 안쪽으로 피했다가 그만 고립되고 말았다. 다행히 수색에 나선 영국 잠수부들에 의해서 발견되었지만, 그들이 발견된 곳은 동굴 입구로부터 5㎞나 들어간 곳이었다. 태국 네이비실은 야생 멧돼지팀 12명과 코치 등 13명은 모두 무사하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을 구조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태국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전세계에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전문가들의 구조 동참이 있었고, 동행했던 코치의 희생과 뛰어난 지도력 덕분에 기적이 일어났다.
태국은 우기가 되면 스콜이라고 하는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6월부터 거의 매일 반나절씩 스콜이 쏟아진다고 한다. 스콜 때는 메말랐던 땅이 물기를 품기 시작하다가 장마가 지면 더 이상 땅이 수분을 품지 못하고 하천이 범람하게 된다. 유소년 축구단 야생 멧돼지 팀 13명이 고립되었던 탐 루앙 동굴도 마찬가지였다. 이 동굴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전기 시설을 비롯한 안전 장치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코치와 12명의 아이들은 동굴 탐사를 나섰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길이 막히게 되었고, 안전한 곳을 찾아서 더 안쪽으로 들어갔던 게 화근이었다. 사실 필자는 나이 어린 학생들이 전원 구조되기를 바라면서도 무사히 생환하리라는 기대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조에 4개월이나 걸릴 것이라던 애당초 보도와는 달리 불과 17일만에 13명 전원 구조라는 보도를 접했다.
이들이 실종된지 열흘 만에 영국인 구조대원 릭 스탠턴과 존 볼랜던에 의해서 처음으로 실종된 아이들과 코치가 발견 되었다. 그러나 이들 구조대원들은 태국어를 할 줄 몰랐다. 그런데 동굴에 고립되어 있었던 13명 중에 유일하게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이가 딱 한 명이 있었다. 열네 살짜리 소년 아둘이었다. 영국 구조대원들은 영어로 물었다. “너희들 모두 몇 명이니?” “13명이에요.” “훌륭하구나.” 이렇게 대화가 통하면서 태국 ‘야생 멧돼지’ 유소년 축구팀 13명의 기적 같은 생환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다.
아둘은 미얀마 북동부 ‘와’ 자치주에서 넘어온 난민이었기 때문에 무국적 상태였다. 8년 전 아둘이 여섯 살 때 난민이 된 부모를 따라서 태국으로 들어왔다. 아둘의 부모는 아둘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싶어했다. 아둘 가족은 와족(族)이다. 아둘 가족이 살고 있었던 와 자치주는 미얀마 소수민족인 와족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아편과 헤로인 밀매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다. 직업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아둘의 부모는 고향을 떠나 태국 북부 국경지대 치앙라이주 매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있는 침례교회 목사 부부에게 아둘을 맡겼다. 목사 부부는 아둘의 부모를 대신해서 아둘을 교육시켰다. 매사이에서는 아둘 같은 사례가 흔하다고 한다. 아둘이 다니는 매사이 반위앙판학교 교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학생들 중 20%가 아둘 같은 무국적자”라고 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동굴에 갇혔던 13명 중에도 아둘을 포함해서 무국적자가 4명이나 된다고 한다.
야생 멧돼지 축구팀의 코치 에카폰 찬타웡도 미얀마에서 넘어온 무국적자라고 한다. 에카폰은 고향 마을을 덮친 전염병으로 열 살 때 고아가 되었고, 열두 살 때 불교 사원에 들어가 수도승으로 살다가 3년 전 병든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서 매사이로 넘어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아둘이나 에카폰 같은 태국 내 무국적자가 44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비공식 통계로는 무국적자가 300만명 이상이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소수 민족 탄압을 피하기 위해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무국적자들에게는 신분증이나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은행 계좌도 개설할 수 없다. 당연히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아둘이 축구선수로 자란다 해도 태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태국 당국은 2024년까지 무국적자들에게 국적을 주겠다고는 했지만, 난민 수용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근 제주도로 몰려드는 난민 때문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중동지역 사우디아라비아 아래에 위치한 예멘은 내전 중이다. 무사증 제도와 난민법이 제정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난민들의 낙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슬람 종교와 이슬람 문화와 함께 무국적자들의 범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에 들어온 난민들 중에는 또 다른 아둘이나 에카폰이 있을 수 있다. 난민 구호라는 인권 문제와 자국민 보호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 앞에 어떤 선택과 대처가 있어야 할지 지혜를 모을 때이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