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살펴보면, 천간天干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열 개로 되어 있고, 지지地支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열두 개로 되어 있다. 여기서 10천간天干과 12지지地支를 순서대로 한자씩 결합하여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 순으로 나아가면, 갑자甲子에서 시작하여 다시 갑자甲子로 돌아오기까지 60개의 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년年으로 본다면 10과 12의 최소공배수는 60으로, 하나의 간지干支는 60년마다 돌아오게 된다. 이렇게 얻은 60개의 서로 다른 맞춤을 육십갑자六十甲子나 육십간지六十干支라 한다. 그러므로 태어나서 만으로 60세 생일이 되는 해는 자신이 태어난 해와 같은 간지干支가 다시 돌아왔다고 하여, 이를 ‘회갑回甲’이라 한다. “甲이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의 환갑還甲이라는 용어도 자기가 태어난 해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시간時間을 표현할 때 간지干支를 조합하여 육십갑자六十甲子를 사용하는데 삼원三元이란 상원上元, 중원中元, 하원下元을 의미하고, 각각의 일원一元은 육십갑자六十甲子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삼원은 육십갑자六十甲子가 세 번이므로 180개의 육십갑자六十甲子가 된다. 이 180년이 다시 음陰과 양陽이 존재하듯이, 2회 결합하면 360년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소강절 선생(邵康節·1011~1077)이 말하는 원회운세元會運世의 1운運이 된다. 북송 시대의 유학자인 소강절 선생은 주역의 괘상卦象을 상수학적으로 풀어 우주의 큰 시간주기인 원회운세元會運世의 시간법칙을 발견해내었다. 원회운세元會運世란 우주의 한 시간을 1세(30년), 하루를 1운(360년=12세), 한 달을 1회(10800년=30운), 일 년을 1원(129600년=12회)으로 구분한다. 이 시간 주기는 곧 지구의 시(1시간), 일(12시간), 월(30일), 년(12달)과 같으며, 이러한 주기는 동의보감에서도 언급되어 있다. 참고로 여기서의 1일은 동양의 12시간(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을 의미하며, 사람의 1세대를 우주의 한 시간인 30년으로 본다는 것도 짐작할 수가 있겠다. 그리고 1갑자甲子는 60년, 1갑자를 60번 회전하면 3600년으로 이것이 첫 큰 갑자라고 해서 상원 갑자, 또 다시 3600년이 중원 갑자, 또 다시 3600년이 하원 갑자로, 이 3600년(10운)의 연속 3번인 10800년(1회)이 끝나 새롭게 시작한 해가 1984년의 갑자년甲子年이라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1984년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기운이 천지에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국선도 창시자인 청산선사께서는 60갑자가 60번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해를 3600년 만에 돌아온 대갑자년大甲子年이라 설명하는데, 1984년이 그 대갑자년大甲子年으로, 이 해부터 지축이 점차 바로 서기 시작하며 선천先天에서 후천後天으로 넘어간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지구와 관련된 모든 별들이 이동을 하면서 서로에게 인력을 미치므로 지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KBS에서 방영한 TV 사이언스 21의 ‘제 5빙하기의 경고’에서는 남극빙하가 과거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데 가치가 높다고 설명하면서, 학자들은 이런 빙하구조를 통해 지난 40만 년 간의 지구기후 변화에 어떤 주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남극빙하의 기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40만 년 동안 CO2, 즉 이산화탄소의 양은 어떤 주기적인 변화를 보여 왔다고 한다. 이것은 지난 40만 년 동안의 기후 변화가 이산화탄소 양의 주기변화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지구의 빙하기도 일정한 주기가 있고, 그 주기가 대략 10만 년 정도라는 새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네이처지에는 식물 화석이 쌓였던 유럽의 한 호수바닥 퇴적층에서 가져온 식물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기후 변화를 연구한 결과를 실었는데, 빙하주기가 10만 년이 아니라 12만 4천년에 가깝다는 연구 논문이다. 여기서 나온 결과는 10만 년보다 12만 4천 년 기후주기가 더 우세하다는 것이다. 우연하게도 소강절 선생의 1원에 거의 근접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지구에 사계절의 순환이 있듯, 우주에도 어떤 순환적 패턴이 있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만일 위에서 설명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동양학에서 설명하는 시간 단위의 패턴들을 현대의 물리학자가 관심 있게 바라본다면, 노벨물리학상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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