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과 실패는 다르다. 시련은 어떠한 일을 하는 동안 닥치는 난관과 어려움이며, 실패는 시도한 어떤 일의 상황이 끝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시련 그 자체를 실패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실패라는 것 또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다. 불행을 당하더라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불행이 아닐 수 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한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의 짧은 한마디 철학이 우리들에게 얼마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었는가? 여든 여섯의 나이로 돌아가시기 불과 4년 전인 1998년에 500마리의 소를 당신의 고향이 있는 북한으로 보낼 때 대통령께서 “왜 하필이면 소를 몰고 가느냐?”고 물었다. “각하 제가 강원도 시골에서 살다가 어릴 때 아버지께서 소 판돈을 몰래 훔쳐서 서울로 도망을 나와서 ‘현대’라는 기업을 이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셨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 말씀인가! 우리는 이 분에게서 바로 시련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교훈을 배울 수 있다.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조난당한 현장에서 죽는 경우는 퍽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 마을 가까이 내려와서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조난당한 사람은 자기가 마을 인근까지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림으로써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그래서 전문 산악인들은 ‘조난을 당해 버티다가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 만 더 버텨라.’고 가르친다. 만일 가까이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은 결코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꼭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일을 하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할 수 없다고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 실은 바로 그때가 그 일의 정점에 도달한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때가 지나면 그 일이 쉬워질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하는 일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느껴질 때 30분만 더 참고 견디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30분이란 시간의 단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더 참고 견디어 보라는 인내를 강조하는 말이다.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은 참고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인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재능일 것 같지만 그것은 아니다. 재능이 있으면서도 오늘날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이유는 바로 인내의 결핍 때문이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될 때 30분을 더 참고 견디는 마음이 필요하다. 날개를 크게 다친 독수리 한 마리가 벼랑 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독수리는 몇 번이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려고 했으나 다친 날개로는 도저히 하늘 높이 날 수가 없었다. 실망한 그는 날기를 포기하고 지난날을 생각했다. 태어나자마자 형제들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던 아버지 생각이 났다. “넌 위대한 독수리가 될 자격이 있다.” 형제들 가운데서 살아남자 그에게 뺨을 비비며 기뻐하던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보다 더 이상 위대한 독수리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상처의 아픔이 더 컸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그는 벼랑에서 아래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벼랑 아래에는 죽은 독수리의 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 속에는 아버지의 뼈도 쌓여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순간, 어디선가 대장 독수리가 쏜살같이 하늘에서 내려와 “잠깐!”하고 소리쳤다. “형제여,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는가?” 대장 독수리는 그를 향해 날개를 활짝 폈다. 그의 몸엔 여기저기 상처 자국이 나있었다. “나를 봐라. 내 온몸도 이렇게 상처투성이잖니. 상처 없는 독수리가 어디 있겠니. 이건 겉에 드러나 상처일 뿐이다. 내 마음의 상처는 이보다 더하다. 일어나 날아보자. 상처 없는 독수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독수리뿐이다.” 대장 독수리의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이 세상에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독수리가 어디 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상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나에게도 인생을 살아오면서 몸에도 상처가 있고 남에게 말 못할 마음의 크나큰 상처도 있다.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사람도 상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고 이 독수리의 우화(寓話) 한 토막을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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