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화면에 팝업이 막 뜬다. 뱃살공주님이 회원님의 게시글 “지리산 등반기”에 공감하였습니다, 뱃살공주님이 회원님의 게시글 “이러쿵 저러쿵”을 좋아합니다. 공감했다는 글들은 한편 읽는데 빨라도 30초 찬찬히 읽으면 100초는 걸릴 텐데 불과 1초 사이에 공감했다는 알림이 일곱 여덟 개나 팝업 되고 있다. 페북에는 재주 많은 사람이 많은데 나의 친구님은 세상에서 글을 가장 빨리 읽는 능력자다.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특별한 재주를 가진 내 친구의 담벼락에 들어가서 구경을 한 뒤 이글에 좋아요 저글에 최고예요 댓글을 남기고 <알림받기>, <친한 친구>에 체크를 하였다. 내가 올린 글을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이 읽고 공감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 지 4년이나 되었지만 사실 내가 실질적으로 소통을 하는 건 불과 한 달 전 부터다. 그동안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을 클릭 한 번으로 가볍게 공유만 하였기 때문에 아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링크 글은 그렇다. 나도 다른 사람이 링크로 올린 글은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존경하는 쌤이 공감 없는 글을 SNS에 계속 올리는 건 인터넷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이니 계정을 없애던지 제대로 하던지 하나만 하라고 해서 결심했다. 그래~ 페북으로 한번 소통 해보자. 카카오스토리 갑질에 질려 페북으로 갈아타는 친구들이 많다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나도 무거운 엉덩이를 한번 옮겨본 것이다.
과연 강남에 오니 물이 다르다.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인데 <알 수도 있는 사람> 목록이 넘치고, 가만히 있어도 친구 신청이 들어와 행복하다. 카스 친구들은 대부분 나랑 연배가 비슷한데, 페북엔 나랑 연식이 비슷한 사람은 많지 않아 친구 신청하는데 참말로 눈치가 보인다. <친구신청> 대신 <이웃신청>이라도 있으면 부담이 덜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친구신청(이웃신청)을 주고 받다보니 이제는 계정을 열어보지 않고도 <삭제하기> <스팸으로 표시>를 클릭하는 안목도 생겼다. 페북의 안 좋은 점은 스팸, 사기 조직이 활개를 친다는 것.
“농부가 호미를 던지고 스맛폰으로 페북질이나 하고 있으니 그대가 정녕 농부라고 할 수 있느냐”고 가재미 눈을 치켜뜨는 사람이 있다. 한 때는 나도 그렇게 눈을 찢었다. 그런데 4년 전 <농부도 SNS로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달라졌다. 친절하신 선생님이 컴맹인 농부에게 계정 만드는 것부터 글 올리는 요령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르쳐 준 덕분에 심봉사 눈 뜬 것이다.
해보니 페북이 참 재밌다. 시인이 시를 올려주니 공짜로 시를 읽을 수 있고(그 시에 빠져 시집을 주문하게 되니 돈이 좀 든다는 단점은 있다.), 소설가가 막 출간한 따끈따끈한 책 소개 글을 올려주니 독서가 취미인 나에게 좋은 정보가 된다.(재밌을 거 같아 또 주문하게 되니 돈이 제법 든다는 단점은 있다.) 페북에는 정말 재주 있는 사람이 많고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도 넘쳐, 비록 내가 지리산 오지에 살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서초동에 사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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