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계 박인로의 조홍시가(早紅柹歌)를 학생들과 같이 읽으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어머니 생전에 집에 가니 뭐 필요한 것 없으시냐고 여쭈면 몸만 오라고 하시며, 밥솥에 밥이 있는데도 어머니는 새 밥을 지으셨습니다. 힘들게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님이 자식인데 우리 큰 아가 왔는데 밥을 해야지. 이 애미가 우리 큰 아한테 몇 번이나 더 밥을 해주겠니?” 하시며 새 밥을 지어주셨습니다. 한 겨울 저녁 공기가 찬 데도 대문간까지 나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시며 늘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버지 보증선 일이 잘못되어 충격으로 쓰러져서 사경을 헤맬 때, 애비 없는 자식 안 만들겠다며 택시로 전국에 좋다는 곳을 다 찾아다니시다, 결국 아버지 먼 길 보내시고 여자의 몸으로 우리 육 남매를 키우셨습니다. 손자 손녀 셋을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키워주시고 살아온 삶의 무게가 무거워 기력이 다해 병원에 계시면서도, “우리 큰 아야, 애미는 고동 껍데기 같은 기다. 고동은 새끼를 슬면 새끼가 애미 속살을 다 갉아 먹고 애미는 껍데기만 둥둥 떠내려간단다. 내가 느그한테 폐를 끼쳐서는 안 될 낀데. 우리 큰 아야 고맙다.” 당신보다는 자식들 걱정부터 먼저 하시곤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여자의 몸으로 지게를 지면서까지 힘들게 일하시고도, 새벽마다 일어나자마자 무릎 꿇고 자식들이 잘 살기보다는 바르게 자라도록 기도하셨습니다. 동생과 정갈하게 목욕까지 하시고 평소 지병으로 앓아 오신 고혈압 때문에 쓰러져 돌아가시기까지, 자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오시고 하나님 앞에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고 신실한 신앙인의 모습으로 사신 그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며, 어머니의 묘비명에 “하나님의 기쁨과 보람이었던 권사 최양자 여기 잠들다.” 고 새겨드렸습니다. 오늘 조홍시가를 읽으며 학생들에게 어머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직 부모님이 젊으시니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있을 때 잘 해드리고 후회할 일 만들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육적의 회귤고사(懷橘故事)와 논어 치사편(致思篇)에 나오는 풍수지탄(風樹之嘆)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요즘 다양성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기존 가치에 대한 역차별이 될 정도로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할 고전적인 가치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어머니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柚子(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조홍시가(노계 박인로)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 (자욕양이친부대)往而不來者年也 (왕이불래자년야), 不可再見者親也 (불가재현자친야)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 하고,자식이 어버이를 섬기고자하나 부모님은 기다리지 아니하시네. 가고는 다시 오지 못하는 것이 세월이요, 보고자 해도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어버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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