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여행기 ‘1250원의 행복’ ⑫휴천면 한남마을(2018년 6월 현재)♧ 남호리 소재 ♧ 세대 47가구♧ 인구 88명(남53, 여54)♧ 농가 22가구♧ 주요농산물 : 벼, 밤, 고사리 등 산나물♧ 이장 : 안성구가던 발길 멈추고 잠시 쉬었다 가시게나휴천면 한남마을 한남마을은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18남 4녀 중 열두 번째 아들 한남군 `이어`의 유배지로서 한남군의 이름을 따 한남(漢南)이라 한다. 한남군은 마을 앞 강 건너에 있는 모래섬(새우섬)에서 유배생활을 하다 병사했다. 한남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느티나무 숲속에는 ‘나박정’ 정자가 보인다. 잠시 쉬어가는 곳의 의미로 오가는 길손들의 피서 및 휴식처로 애용되고 있다. 또한 동네가 만들어 지면서 있기 시작했다는 돌탑은 매년 마을에서 동신제를 지내고 있는 축석대로 마을 앞 도로변에 남아있다. 과거에는 첩첩산중 유배지였지만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뒤로는 법화산, 앞으로는 엄천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마을로 현재는 경관의 우수함과 유적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함양지리산고속의 농어촌버스를 타고 한남마을로 가려면 마천방면 추성, 마천이 종점인 버스를 타야 한다. 함양에서 출발할 경우 한남마을까지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원기정류장을 지나면 바로 한남마을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마을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엄천강 청정지역에 사는 수달, 꺽지, 패랭이꽃 등 휴천면 음촌마을로 귀촌한 남호원(50)·이지혜(46) 부부가 마을의 벽을 아름답게 장식한 예술작품이다. 또한 한남 마을 주민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사진 액자로 만들어 마을 회관에 걸어 두어 한남마을의 생기를 더하고 있다. 엄천강을 따라 다양한 수생물과 수려한 경관이 일품인 청정 지역, 한남마을로 행복한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한남마을에서는 올해 7월28~29일 양일간 ‘제3회 지리산 엄천강변축제’를 개최한다. 한남군의 한 서린 유배지● 세종의 서자, 한남군 이어한남마을은 한남군의 이야기를 빼놓고 말 할 수 없다. 세종대왕 18왕자 중 12번째 한남대군은 형인 수양대군(세조)의 등극을 반대하다가 1455년 단종의 왕위 양위시 어머니 혜빈양씨와 동생들과 함께 화를 입고 금산으로 유배됐다. 이후 하산, 양지를 거쳐 함양군 휴천면 지금 한남마을로 유배를 오게 되었다. 계유정난(1453년 수양대군이 단종의 보좌 세력인 황보인과 김종서 등 수십 명의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사건)에 연루되어 사육신과 함께 처형될 형편이었으나 세조의 배려로 목숨은 부지했다. 그 후 또다시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의 상황(단종) 복위사건에 연루되어 마을 건너편 새우섬에 갇히게 되었다. 영남권에 있는 선비들과 함께 단종을 복위 시키는 계획을 하다 발각 된 것이다. 휴천면에 귀거하고 있던 한남군도 같은 동조세력으로 보고 위리안치를 당하게 됐다. 유배소에서 달아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집 둘레에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돌리고 음식을 10일 1회주면서 다른 사람들과 통상도 못하게 했다. 결국 한남군은 1459년에 병사할 수밖에 없었다. 한남군이 유배생활을 하면서 29살에 휴천면에 와 31살에 순절했다고 한다. 그의 묘는 상림숲으로 가는 산 고개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상남도 기념물 제165호로 지정되었다.● 한남군 적거지 새우섬마을 앞 강 건너에 있는 모래섬은 한남군이 거쳐하던 곳으로 ‘새우섬’이라 부른다. 이곳 새우섬에서 유배생활을 하다 한 많은 일생을 마쳤다.새우섬은 냇물이 두 갈래로 흐르면서 작은 섬의 형태를 이루었는데 그 모습이 새우같이 생겼다하여 새우섬이라 하였다. 휴천면의 유림들이 한남군을 추모하는 뜻에서 새우섬에 정자를 지어 한오대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는데 병자년 홍수로 수해를 입고 한오대의 흔적은 사라졌다. 섬 주위 바위에 새겨놓은 한오대란 글자만이 한남군이 살다 간 곳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곳 한남마을에는 가대지라는 곳이 있는데 한남군이 거처하던 집터라고 하며 이곳에 일반인이 집을 지으면 터의 기운이 강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누구도 집을 짓지 못하고 밭으로 이용해 내려오고 있을 뿐이라고 전해진다. ● 나박정(䟩泊亭) 마을 입구에 있는 나박정은 한남군이 계유정란에 연루돼 유배된 새우섬의 건너편에 마주하고 있는 곳으로 한남군이 독서를 하며 단종을 그리워 한 곳이다. 함양 주민들은 이곳을 예부터 ‘나박징이’라고 불렀다. 나박정(䟩泊亭)은 머뭇거릴 나, 머무를 박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는 뜻’의 정자이다. 나박정은 제대로 된 시설도 없는 채로 방치되어 왔는데 박찬조 한남마을축제위원장과 주민들의 뜻을 모아 2013년 새롭게 새워졌다. 나박정 곳곳에는 한자로 된 정자에 대한 설명과 기념문 등이 있다. 이는 박찬조 위원장님의 남다른 애정이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 축석대동네가 만들어 지면서부터 존재했다는 돌탑 형태의 축석대가 마을 앞 도로변 노송 밑에 보인다. 휴천면 내에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다. 옛날에는 제사를 지낼 묘사 2명이 결정되면 마을의 산이나 우물터 등 4군데에서 동지섣달 12시가 지난밤에 동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현재는 간단하게 정월 초 아침 축석대에서 동신제를 지내고 마을 회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는다. 한남마을 가볼만한 곳● 지리산 엄천강변 축제 올해로 3회째인 지리산 엄청강변 축제는 오는 7월 28일부터 29일까지 한남마을에서 양일간 열린다. 2016년부터 시작한 마을 축제는 매년 1300여 명의 관광객이 참가한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자연물을 이용한 목걸이·장승 등 공예품 만들기, 소장 가능한 가훈글귀 써주기, 손수건 스카프 염색하기, 대나무 스티로폼 부이로 만든 뗏목타보기, 희망실은 돛단배 띄우기, 물고기·다슬기잡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안상구(62) 이장은 “이번에는 래프팅과 겸해 래프팅이 활성화 된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며 “올해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성공적인 축제로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름 무더위가 다가오는 주말 함양 지리산엄천강변축제장을 찾아 ‘힐링’ 여름을 보내길 추천한다. ● 지리산황금나무귀농한 부부가 살고 있는 ‘지리산황금나무’ 농촌교육농장은 디저트 카페 겸 여러 가지 공예 교육을 하면서 체리 체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귀촌한 이영호씨와 지은희씨는 40대 젊은 부부이다. 지난 2011년 11월 아무런 연고 없이 한남마을을 택했던 부부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농촌 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올해 5월 교육 농장의 건물을 완성해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 지은희씨는 공예와 미술, 팝아트, 우드버닝, 팬시버닝, 제과제빵 등 30여개 전문 자격증을 소유해 전국 각지에서 이 곳을 방문한다. 남편 이영호씨는 소방기술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소방분야 전문가이면서 체리 농장을 가꾸는 일을 한다. 체리 농장을 만들기 전에는 전국의 체리 농가는 다 찾아가서 배울 만큼 귀농귀촌을 철저하게 준비해 200그루 이상의 체리나무를 5년째 관리하고 있다. 한남마을 지리산 황금나무에서 체리수확체험, 베이커리 만들기, 바리스타(커피) 체험, 공예 체험, 자격증 교육까지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지리산황금나무 블로그·페이스북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blog.naver.com/yeusy6)한남마을 셀럽● 박찬조 한남마을축제위원장 “민물에서 바닷물의 짠맛을 보고 다시 민물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박찬조(68) 위원장. 그는 1950년 유림면에서 태어나 유림초등학교와 진주 중·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 기관학과를 졸업한 후 해군 중위로 전역했다. 이후 바다 사나이로서 해운회사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원장으로서 퇴직했다. 고향에 위치한 엄천강을 자신으로 비유하며 강이 흘러서 바다로 가고 바닷물이 증발해 비가 돼 다시 민물이 되듯이 그의 인생도 민물을 찾아 다시 돌아 왔다고 한다. 퇴직 후 시골로 내려온 그는 마을 주민들의 심부름꾼으로 세 번의 이장을 맡게 되었다. 이장을 맡게 된 이후 고향에 대한 애정과 열정, 재능으로 마을의 시설과 환경을 새롭게 만들었다. 나박정, 6차 산업 축제, 친환경 쓰레기 처리장, 마을 안내판, 다양한 사업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현재 그는 지난해부터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고 마을 축제 등의 총감독으로써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안성구 이장부산이 고향인 안성구(62)이장은 마을에 내려 온지 1년 6개월 차 신입 이장이다. 마을의 일을 맡게 된 데에는 박찬조 위원장님과의 연이라고 한다. 부산에서 귀촌을 할 장소를 찾던 중 경기도와 광주·구미 등 동서남북에 가족들이 위치한 중심부에 자리를 잡다보니 이곳 한남마을로 아무 연고 없이 정착했다고 한다. 처음 귀촌을 하고 굼벵이를 키워볼 마음이었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후 박찬조 위원장의 도움을 받아 현 이장을 하게 되었는데 전 이장님이 이루어 놓은 일이 너무 많아 따라 가기 바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마을을 향한 열정만큼은 박찬조 위원장 못지않게 뜨거웠다. 안성구 이장은 “앞으로 엄천강변 축제를 주도적으로 계속 해 나가려면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마을의 든든한 ‘마을 지킴이’ 두 사람이 있어 앞으로의 변화가 더 기대되는 한남마을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정세윤·박민국·하회영·이혜영·유혜진·차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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