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여행기 ‘1250원의 행복’ ⑪ 휴천면 동강마을(2018년 6월 현재)♧ 동강리 소재 ♧ 세대 59가구♧ 인구 107명(남53, 여54)♧ 농가 39가구♧ 주요농산물 : 벼, 밤, 고사리 등 산나물♧ 이장 : 서수완 척박한 땅, ‘엄천강의 기적’을 이룬 사람들 휴천면 동강마을 동강리는 원래 엄천면에 속해 있던 마을로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휴천면에 편입돼 평촌(坪村), 점촌(店村), 기암(機岩)등 3개 마을로 구성되었다. 조선 고종때는 엄천면이라 하여 평촌이 면소재지로 공무와 지방행정을 수행했던 곳이다. 경치가 아름다워 냇물의 북쪽인 언덕에는 큰 바위들이 높이 솟아올라 높은 집들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점촌은 옛날 토기와 철기를 만들어 내던 곳으로써 지금도 점촌이라고 부르고 있다. ‘좋은 소문나는 고장, 일등 휴천!’ 이 아름다운 슬로건이 잘 어울리는 휴천 사람들. 성공의 숫자 ‘1’이 아닌 면민들의 마을사랑이 만들어 낸 ‘하나 된 마음의 1등’. 함양군장학회에 2억을 기부하고 후배들의 과학고 진학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휴천의 발전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마을!함양지리산고속의 농어촌버스를 타고 동강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휴천면 소재지에 있으니 마천·유림 방면의 추성행 버스를 타면 된다. 함양에서 출발할 경우 동강마을 맞은편 원기정류장까지 40분정도 소요되며 버스에서 하차하면 바로 엄천교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면 지리산 둘레길 4·5코스의 분기점이자 시작점인 동강마을이 펼쳐진다. 동강마을 가는 길 ● 운행 3년차 이병훈 기사“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3년이나 다닌 전 행복한 사람이네요” 라며 도심을 벗어나 공기 좋고 물 맑은 한적한 시골길을 버스로 운행하는 지금이 즐겁다는 이병훈(45) 기사. 매주 월요일에 손님이 가장 많다고 한다. 버스요금 단일화로 이미 1250원의 행복을 맛보고 있는 승객들은 월요일마다 병원에 약을 타러 가거나 읍내로 관공서 일을 보러 간다고 한다. 본 취재진이 동강마을 관련 ‘자랑 한소절’을 부탁하자 이 기사는 “동강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가 있는 마을 아닙니까?”라며 “마천 금계마을도 갈 수 있고 산청 수철마을도 갈 수 있는 분기점이라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 합니다” 한다.버스기사 3년차, 그동안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철이 바뀔 때마다 어르신들이 과일도 주시고 간식으로 양갱도 챙겨주실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반면에 “아직까지도 버스가 다가오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르신들이 있어 안전에 주의를 해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마지막으로 이 기사는 “엊그제가 어머니 생신이었다”며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매우 감사드린다”고 “앞으로도 자식 된 도리를 다 하겠다”는 효심 가득한 사랑의 인사를 전했다.   ● ‘우리집 약담당’ 오수봉 할아버지“한 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이 버스를 타~ 할머니랑 내 약 타러 읍내로 아침 일찍 나와야 하거든” 이라며 버스터미널에서 추성행 버스를 기다리던 오수봉(88) 할아버지. 동강마을로 취재를 가는 우리에게 “금계마을도 왔었지?”라고 묻는 할아버지는 지난주에 잠깐 볼일을 보러 간 사이에 본 취재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이라도 이렇게 만나니 얼마나 반갑냐며 인연의 소중함을 재차 강조한다. 오수봉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6.25 전쟁을 몸소 겪었다. 4남 3녀를 둔 할아버지는 배고픈 시절,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며 요즘 우리나라의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한다. ● 고향으로의 혼자여행 “여럿이 와서 술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혼자 옛 추억에 잠겨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다”는 여행자 김모(70)씨를 지리산고속버스에서 만났다. 휴천면 읍평마을에서 나고 자라 20대 중반에 고향을 떠나 부산생활 후 퇴직 한 김씨. 평소에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늘 가지고 있다가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고향을 찾았다. 새벽부터 고향에 올 설렘으로 짐을 챙겼다는 김씨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 누가 봐도 여행자 모습이다. 목적지는 휴천면 용유담. 용유담 계곡은 동강마을 엄천강의 상류에 위치해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에 있다. 계곡의 맑은 물 따라 자연을 느끼며 옛 추억놀이에 빠질 계획인 김 씨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고 어려웠다. 몸도 왜소해 고향에서 농사일을 돕는 게 전부였는데 누님의 도움으로 부산까지 가게 되었다. 지금은 가족들도 다 흩어지고 부모님도 안 계신 고향이지만 옛 자연을 찾아 용유담 여행코스를 선택했다. 동료와 친구들끼리도 할 수 있는 여행이지만 고향만큼은 혼자의 여행을 즐기고 싶다고 한다. 척박한 땅에서 희망을 ● 양종호(70)·이선자(72) 부부“지금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희망을 일군 사람들이지”라며 동강마을 횟집 앞에서 우연히 만난 양종호(70) 전 이장님. 동강마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역사부터 주민들 이야기까지 막힘이 없다. 이 기세를 몰아 우리는 동강마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양종호 어르신 댁으로 향했다.“옛날에.. 동강리 평촌의 동강마을이라 하면 가장 살기 어려운 동네였어”라고 운을 뗀 어르신은 “누에 실을 뽑고 양잠일을 하면서 조금씩 살기 좋아졌지” 한다. 옛날엔 토종꿀도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은 벌이 없어서 꿀을 하는 농가는 거의 없단다. 지금도 양종호 어르신은 전 이장으로써 마을사람들을 위해 양수장 설치 건의 등 발 벗고 나서는 일이 많다. “모내기철이 한창 지났는데도 양수장 기계가 고장 나 논에 물을 못 데는 농가가 있어”라며 “조금 전 면장님과 미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는 어르신은 옛날의 동강마을은 지리산 운봉자락에서 계곡물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와 물이 많았다고 한다.전라도 운봉에서 시집 온 선자씨는 그 당시 휴천에서 읍내로 가려면 버스가 하루에 2번 밖에 운행을 안 해, 매일 걸어 다녔다고 한다. 지금의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노듸(징검다리)로 건너 다녔는데 나루터가 생기면서는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한번은 소나기가 엄청 내렸어~ 젖먹이 아들은 집에 두고 큰 아들이랑 배를 타고 마을 반대편으로 넘어 갔는데 물이 넘쳐서 집에 돌아가지 못했지. 홀로 두고 온 아들을 밤새 걱정하며 발만 동동 굴렀어”라며 그때 그 시절을 회상했다.“요즘 여자들은 꿈도 많고 그걸 이룰 수도 있는 세상이잖아~ 우리 때는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여자들도 고생 많이 했어. 힘들어도 늘 긍정적으로 밝게 살아~ 희망적으로!” 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직까지도 서로 존대를 쓰며 연상연하 커플의 진수를 보여준 양종호·이선자씨 부부. 척박했던 땅, 동강마을에서 ‘작은 기적’을 이룬 사람들. 그 희망의 스토리가 이제 시작된다.● 소리마을 영농조합 신현수 대표 동강마을 주민의 감자를 한 트럭 싣고 있는 소리마을 영농조합 대표 신현수(56)씨를 만났다. 소리마을 영농조합은 동강마을 인근에 있는 휴천면 운서리에서 운영하고 있다. 함양에서 나오는 농작물을 인터넷에 올리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을 한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을 대신해 매일 농산물 시세를 확인하고 직접 물건을 가지러 온다. “다른 영농조합과 다르게 우리는 어르신들께 직접 전화를 한다”며 “오늘 이 농작물을 팔면 가격이 높으니 지금 판매를 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마을 주민들이 농작물을 준비하고 가지러 오는 방식이다. 동강마을은 다품종소량생산을 주로 하고 있어 품질 좋은 제철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 동강마을 우먼파워동강마을에서만 70년 이상 살았다는 마을회관 어르신들의 왕언니, 강상조(90) 할머니는 장수비결로 “남자들이 일을 잘하면 여자들이 고생 안하고 오래 살지~” 한다. 예부터 동강마을은 여자들이 억척같이 일을 많이 하기로 유명했다. 벼농사를 지을 토지도 적어서 누에, 젖소, 벌을 키워 가난을 면했을 정도다. 가난했던 그 시절 고구마와 채식위주의 건강식을 했던 것도 장수의 비결이란다.‘똑소리’ 나는 목소리로 동강마을 역사를 알려주는 민대자(76) 어르신은 이곳에서만 57년을 살았다. “어렸을 때는 다리도 없고 엄천강을 건너기 위해 노듸를 이용했어. 그 뒤에 나루터가 생기고 다리도 생기면서 우리 마을이 점점 살기가 좋아졌지”라며 “요즘 양파재배 많이들 하지? 우린 젊어서 일을 많이 해서 지금은 다 놀아” 하며 앞으로도 이 여유를 즐길 계획이다.‘앞마을 동호마을에서 뒷마을 동강마을로 이사 온’ 정명순(83) 어르신은 19살에 결혼했다. 4남매 중 막내까지 교육을 다 시키고서야 이곳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아들 딸 모두 독립해 혼자서 마을 언니(할머니)들과 담소를 나누는 지금이 좋단다. 동강마을의 힘, 그 ‘기적’을 일으킨 어르신들의 우먼파워는 지금 이순간도 전해진다. ● 동강마을 당산쉼터1472년(성종)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지리산 산행을 기록한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동강마을 당산 쉼터를 화암이라 기록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당산쉼터 뒷산의 산봉우리 모양이 연꽃 봉오리 모양이라 ‘꽃봉산’으로 불리었으며 꽃과 바위에 연유되어 이곳을 화암이라 기록했다. 함양 관야에서 출발한 김종직 선생 일행은 엄천을 지나 이곳 화암에서 지리산 둘레길인 구시락재를 넘어 함양독바위를 거쳐 지리산 산행을 했는데 당시에 유호인, 임정숙, 한백원, 조태허, 승려 해공도 이곳에서 함께 쉬어 간 선인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 음력 섣달 그믐날 저녁,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낸 곳이자 오랫동안 지역민들의 쉼터 역할을 했다. 관광명소 ● 지리산둘레길 4·5코스함양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 800리(약 300km)를 잇는 도보길로 3개도(경남·전남·전북), 5개 시,군(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남원시, 구례군) 100여개 마을의 옛길, 고갯길, 논둑길 등을 이어 하나의 길로 만들었다. 동강마을은 이 둘레길의 4·5코스에 해당되며 거리는 1.7km, 시간은 약 40분 소요된다. 운서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시야가 넓어지고 동강마을과 강 건너 동호마을이 보인다. 동강마을 오른쪽의 느티나무 숲이 김종직선생의 유두류록에 나오는 화암이다. 이곳 동강마을은 금계-동강구간(4코스)과 동강-수철구간(5코스)의 분기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정세윤·박민국·하회영·이혜영·유혜진·차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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