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재적 흡연이유는 좀 더 복잡하다. 담배는 술, 커피, 차 등과 비슷하게 사회적 매개체 성격이 강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손님을 맞거나 회합을 열 때 이런 기호품이 빠지는 나라가 오히려 드물 정도. 그런 연유로 먼 곳을 여행 할 때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선물로도 많이 이용된다. 그래서 정부나 사회에서 강력한 흡연 억제책을 내놓더라도, 아직 상당수의 사람들이 담배를 피운다. 이는 타인과 담배를 함께 피우는 과정을 통해 연대의식을 생성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서 정도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심지어 담배가 별로 땡기지 않는 날이라도 버릇처럼 무는 사람이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생리적인 안정감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도 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취미가 맞지 않는 사람끼리도, 담배가 개입되면 선선히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실 다양한 개성이 존재하는 인간이니만큼 공통분모를 찾는 게 어렵긴 하다.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웬만해서 말 붙이기가 어렵거니와, 말을 붙여도 경계심 등이 사라지지 않으며,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서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경우는 그런 과정이 비흡연자에 비해 비교적 쉬운 것이 사실이다. “담배 1개비만 달라, 라이터 좀 빌려 달라.” 등으로 상대의 경계심을 풀면서, 일단 가볍게 안면을 트는 것이 비흡연자보다 훨씬 쉽기 때문. 단, 비흡연자를 상대로 이 스킬을 발동할 경우 어색함이 2배가 되는 단점이 있다. 근래에는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이 안 좋아져서 역으로 대미지를 받는 경우까지 있으니 조심해서 사용해야 되는 스킬 중 하나. 학연, 지연, 혈연과 함께 4대 연줄 중 하나라는 농담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담배가 처음 전파되었던 5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심지어 국경을 초월하여 통용되는 논리다. 한 분쟁지역 전문가는 코소보 전쟁 당시 세르비아에 갔다가 세르비아 청년들이 너무 경계하고 말을 열지 않자 “이거 한국 담배인데 피워볼래?”하고 한국 담배와 세르비아 담배를 바꿔 피운 후 그들의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남북한 군인들이 담배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적개심을 누그러뜨리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렇듯 흡연자들은 담배를 매개체로 인간관계를 연결시키고 타인과의 유대 관계를 확인하는 습성을 보이는데, 담배라는 매개체가 없어지면 다른 대체재를 찾아야 하지만, 마땅한 대체재가 없어서 힘들다. 다른 이유로는 의무적으로 치르는 군복무 기간이 흡연자를 양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흡연자들에게 처음 담배를 접한 시기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군대에서 배웠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마땅히 해소할 만한 수단이 특별하게 없는 군대의 특성, 선임이나 동기들과의 인간관계 등 담배를 피울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다가, 여기에 더해서 과거에는 일종의 장병복지 개념으로 시중가(市中價)에 비교하면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군납용 면세담배가 판매되었다. 비록 2009년을 기점으로 군대에서의 면세담배 보급이 없어지면서 군인들도 시중가와 똑같은 돈을 주고 담배를 사야하고, 인식의 변화로 담배를 강요하는 분위기도 많이 없어지고 있지만, 훈련은 고된데다, 여러가지 복지나 오락거리가 부족해서 흡연자를 양산한다는 점은 아직 변함없다. 그리고 담배를 피는 중에는 같은 흡연자끼리 안 건드린다는 불문율도 한 몫 한다. 다만, 요즘 들어 금연관련 홍보가 확대되어 부대 내에서 금연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성공한 경우 포상휴가를 주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대다수는 군대 안에서는 끊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은 복지의 일환으로 전투식량까지 담배를 포함해 장병들에게 지급할 정도였지만, 현대의 미군은 흡연을 전처럼 권장하지 않고 전투식량에서 담배를 퇴출시킨 점, 예로부터 여성 징병제가 실시되는 이스라엘이 세계 정상급의 여성 흡연율을 찍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1980년대 이전까지는 명문대에서도 선배들이 후배들한테 담배를 권하는 똥 군기 같은 게 있었고, 이에 흡연하게 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1990년대 들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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