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뜨면 일할 곳이 있고 또 그 곳에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매일이 감사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최광정(59) 문화시설사업소장이 올해로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 제2막’의 문을 연다.
1980년 8월 23일 합천군 야로면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최 소장은 1992년 함양에 전입, 그 뒤로 줄곧 함양군내 안의·서상·수동·읍사무소에서 일했다. 5급 승진 후, 백전면장을 거쳐 지금의 문화시설사업소 소장을 역임했다.
그의 첫 사회생활은 사실 KBS방송국이다. 거창여고 졸업 후 방송국에서 일하던 그는 ‘공무원이 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5급(현재 9급 해당) 공채로 공무원의 길을 열었다. “당시 공무원 시험은 한 개의 군에 여자는 1명만 합격이 가능했다. 함양·거창·합천은 총 3명만 합격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였다”며 그 당시 합격의 기쁨을 회상했다.
공직생활을 시작했던 1980년도는 지금처럼 남녀차별 없이 직무가 배치되던 시절이 아니었다. 당시 여직원들은 주민등록초본 발급 및 겨울철 난로관리 등 제한된 업무만 했다. 그는 “우리세대가 ‘시대의 희생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든 근무환경이었어도 그 시절이 인간미와 의리가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려운 문제를 가져온 민원인을 위해 그 일을 해결함으로써 민원인이 행복해할 때다.
“세월이 유수 같다”는 그는 퇴직하면 “자연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친정어머니와 여행을 하는 등 소소한 행복을 찾을 생각이다. 복지관 놀이교실에 참가하는 것처럼 이젠 어딘가의 ‘장’이 아닌 평범한 ‘수강생’의 삶도 꿈꾼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무원이 아닌 엄마로서 아이들 소풍 때 참석하지 못해 지금도 미안하다”며 “같은 공무원인 남편 역시 비상근무 등 늘 배려해줘 고맙다”고 사랑의 인사를 전했다. 직원들에게는 세대 간 격차를 없앨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인 ‘믿음’과 ‘정직’을 강조했다. 함양군민들에게도 “군민 덕분에 행복한 추억을 가득 안고 무사히 퇴직하게 돼 감사하다”며 감동의 작별을 고했다.
어렸을 적 꿈이 ‘작은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최광정 소장은 다시 20대로 돌아가도 지금의 공무원을 하고 싶다고 한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민원인들에게 다가가 그들과 인연을 만드는 삶. 그의 38년 공직생활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감사함’이다. 공무원으로서 행복한 은퇴와 새롭게 시작될 그의 두 번째 인생길에 ‘감사함’이 가득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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